제18장
강리나도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은지 씨 남편에 관해 얘기하려던 게 아닌가요? 아직 몇 마디 나누지 않은 것 같은데 자리로 돌아가 계속할까요?”
하은지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커피를 그녀에게 뿌렸다.
미리 눈치챈 강리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살짝 꺾었고, 그 커피는 결국 하은지의 몸에 뿌려지며 커피잔이 땅에 떨어져 깨졌다.
하은지는 마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강리나는 그녀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생각하다가 누군가의 힘으로 밀려났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잠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져 커피잔 파편에 손바닥을 짚었다. 순간 심한 통증이 뇌로 전해졌다.
“은지야, 괜찮아?”
이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꿈에서 깨어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성시후의 훤칠한 모습이 하은지의 앞에 나타났다.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성시후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할 때 당황하면서도 설레는 모습이 마치 미숙한 소년 같았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에 묻은 커피 자국을 닦아주고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 그녀의 몸에 걸쳤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다정함을 합법적인 아내인 강리나는 느껴본 적이 없으니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강리나는 손바닥의 고통을 참으며 일어섰다.
“보아하니 하은지 씨는 오늘 친구분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으니 전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나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 서!”
남자가 차갑게 명령했다.
강리나는 곁눈질로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성시후는 하은지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남의 얼굴에 커피를 뿌리고 그냥 가?”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은지한테 사과해!”
그녀는 손을 꽉 잡았다. 피가 나는 곳은 더 아팠지만 그녀는 우습게 느껴져 정말 웃어버렸다.
남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웃고 싶을 뿐이에요. 사과를 원한다니 사과하면 되죠.”
강리나는 하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은지 씨, 정말 미안해요. 커피를 저한테 뿌리려고 할 때 제가 하은지 씨 손을 잡고 방향을 바꿔서 커피가 하은지 씨게 쏟아지도록 만들지 말았어야 했어요.”
성시후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자 하은지가 황급히 변명했다.
“나... 난 그런 적 없어!”
강리나는 상관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런 적 있는지 없는지 전 별로 상관없어요. 누군가 믿어주면 되는 거죠.”
말을 마친 그녀는 커피숍 입구를 향해 돌아서더니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선홍색의 피가 눈에 들어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카페 안.
하은지는 바닥에 있는 커피잔 조각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 몸으로 살짝 가린 뒤 성시후를 보며 말했다.
“시후야, 나 정말 강리나 씨에게 뿌리려던 게 아니야.”
“믿을 테니 신경 쓰지 마.”
강은지는 감동하며 말했다.
“믿어줘서 고마워. 억울함을 당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
성시후의 표정이 온화해졌다.
“왜 나한테 말도 없이 돌아왔어?”
“강리나 씨가 알려 줄줄 알았어.”
“리나가 알고 있었어?”
성시후가 의외라는 듯 묻자 하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이혼 중이라 킹스 로펌의 천 변호사에게 부탁하려 했어. 천 변호사가 강리나 씨가 프로라고 해서 의뢰 계약을 했어.”
강시후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변호사 2년 경력이야. 변호사 자격증도 1년 전에 땄는데 얼마나 전문적이겠어.”
“그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천 변호사가 강리나 씨를 잘 챙겨주더라.”
성시후는 입꼬리를 실룩이더니 한마디 뱉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