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눈앞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강리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면 황급히 몸을 가누었다.
“죄송해요.”
말을 마친 강리나는 비틀거리며 룸을 나섰다.
강리나가 도망가는 방향을 주시하며 성시후는 은은한 오렌지 향수가 알코올과 뒤섞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좋았다.
...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하은지가 나타나 그녀의 팔을 움켜쥐었다.
“찍었어요?”
“아니요.”
“안에 누가 있었어요?”
머리가 어지러운 강리나는 대충 대답했다.
“잘 보지 못했어요.”
술 냄새를 맡은 하은지가 물었다.
“술 마셨어요?”
강리나는 하은지를 쳐다보았다.
“하은지 씨, 당신 말대로 남편이 오랫동안 바람을 피웠는데 증거가 하나도 없어요?”
하은지는 망설였다.
강리나가 또 물었다.
“폭행을 몇 번 했어요?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 결혼 내 성폭행이다 보니 증거 남기기가 쉽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요.”
몸이 점점 더 괴로워진 강리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먼저 갈게요. 자세한 상황은 내일 만나서 얘기해봐요.”
...
강리나는 택시를 타고 혜성 별장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에 엎드려 토했더니 아까보다는 덜 고통스러웠으나 머리는 여전히 어지러웠다.
세면대 앞에 선 강리나는 세수하고 거울 속의 와인색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거울에는 준수하지만 냉랭한 얼굴이 나타났고 강리나는 멍하니 손가락을 들어 거울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성시후 씨, 왜 여기 있어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보니 거울 속의 남자 얼굴이 사라졌다.
강리나는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었다.
‘리나야, 이미 2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성시후에 대해 미련이 있어?’
‘마음속에 네가 없고 곧 이혼할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여자를 품에 안을 거야. 넌 1년을 기다릴 필요없이 이혼할 수 있을지 몰라.’
머릿속에 그런 생각들을 뒤로하고 강리나는 비틀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성시후는 소파에 앉아 무덤덤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강리나는 여전히 환각인 줄 알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나서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성시후는 싸늘한 시선으로 얼굴이 붉어진 강리나를 쳐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왜 종업원의 옷을 입고 나인 클럽의 룸에 나타났어?”
멍해진 강리나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성시후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강리나의 손목을 잡아 몸 앞으로 당겼다.
이마가 그의 가슴에 부딪힌 강리나는 고개를 들어 성시후의 화난 표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날 미행한 거야?
“미행이라뇨?”
술에 취해서인지 강리나의 목소리는 풋풋하고 부드러웠다.
“결혼한 지 2년이나 됐는데 언제 내가 미행하는 걸 봤어요?”
이 설명은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강리나는 어지러움을 참으며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 클럽에 갔을 뿐이에요! 내 당사자의 남편이... 바람피웠어요! 증거 수집을 도와주러 갔어요.”
성시후는 강리나의 턱을 번쩍 치켜들었다.
“변호사가 언제 흥신소 노릇까지 다 했어?”
강리나는 눈을 깜박였다.
“의뢰인 나빴어요. 나더러 들어가서 동영상을 찍게 했는데 당신에게 잡혀 그 맛없는 술을 많이 마셨어요. 돌아오자마자 다 토했어도 여전히 속이 쓰려 죽겠어요.”
억울해하는 목소리였다.
강리나는 성시후의 허리를 껴안고 머리를 그의 품에 기대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시후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