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누군가 이어서 물었다.
“누구인지는 사장을 불러서 물어보면 알아!”
“사장님 불러주지 마세요.”
강리나는 자신을 도와준 사장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황급히 말했다.
“몰래 들어왔어요. 사장님과 상관없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성시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떻게 해결할 건데?”
“나...”
우물쭈물할 때 룸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쁘게 생겼으니 남아서 우리가 한 번씩 맛보는 게 어때? 그럼 풀어줄게. 봐, 우리도 협상할 수 없는 게 아니야!”
“오지운 씨, 좋은 방법이네요. 얼음 공주 같은 여자는 아직 놀아본 적 없는데 이 기회를 빌려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어두운 조명 아래 성시후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고 그윽한 눈동자에서는 어느새 분노의 불씨가 반짝였다.
성시후는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어 방금 말한 두 사람을 향해 던졌는데 컵은 그들의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성 대표님, 이거... 이건 무슨 뜻이에요?”
“꺼져!”
냉담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을 뿐인데 위압감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매우 놀라 황급히 떠났다.
룸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성시후의 점점 차가워지는 기세를 보며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성 대표님, 이 아가씨가 영상만 삭제하면 돼요. 그냥 보내세요. 우린 아직 요긴한 얘기를 다 하지 못했어요.”
바라던 말을 들은 강리나는 감사해하며 고개를 들었으나 대뜸 굳어졌다.
룸에 들어오기 전에 본 사진 속 주인공 하은지의 남편인 육민우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성시후가 하은지의 남편과 사업을 의논하고 있었어?’
‘육민우와 하은지의 관계를 알고 있어?’
“육 대표님은 여자를 아껴주지만 안타깝게도 난 아니에요!”
말을 마친 성시후는 방금 딴 브랜디 한 병을 강리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 술을 다 마시면 용서해줄게.”
분위기는 다시 누그러들었고 룸에 있는 남자들은 자세를 바꿔 앉으며 흥미롭게 지켜봤다.
다른 종업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일부러 괴롭히는 성시후를 바라보며 강리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난 술을 못 마셔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눈빛이 어두워진 강리나는 손을 뻗어 술병을 잡으며 물었다.
“말한 건 지킬 수 있어요?”
“물론이지!”
“좋아요.”
강리나는 고개를 들어 술을 들이켰다.
독한 술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자 강리나는 기침하기 시작했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눈을 가늘게 뜬 성시후는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한 모금씩 홀짝거리는 것을 기다릴 만큼 인내심이 없어.”
빨개진 눈으로 성시후를 쳐다보던 강리나는 결연히 술병을 들어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온몸의 세포가 그 냄새를 거절했지만 강리나는 속이 뒤집히는 메스꺼움을 억누르며 꿀꺽 술을 삼켰다.
방금 두 사람이 이 일 때문에 쫓겨났기 때문에 룸 안에 남은 사람들은 조용히 지켜만 볼 뿐 아무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강리나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졌다.
‘원래 술은 이렇게 삼키기 힘든 거구나!’
사레들린 강리나는 눈물이 나왔고 마침내 술 한 병을 다 마셨다.
술병을 내려놓으며 그녀는 성시후를 바라보았다.
“이젠 가도 돼요?”
“그럼.”
소파에서 일어난 강리나는 몸을 휘청거렸고 넘어질 것 같아 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성시후의 허벅지에 앉게 되었다.
두 줄기 차가운 눈빛이 강리나의 몸에 떨어졌다.
남자의 다리가 불구덩이처럼 뜨거웠는지 강리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으나 휘청거리며 다시 넘어졌다.
성시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큰 손으로 팔뚝을 잡으며 부축해 주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씩 웃었다.
“가기 싫어서 이젠 주동적으로 안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