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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흘깃 본 허진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화면이 어두어지고 나서, 소리가 끊기고 나서야 휴대폰을 들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빠르게 연결이 되었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허 여사,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다음 주에 네 아빠 생일인데, 올 거니?” “모르겠어요.” 허진우는 대충 얼버무렸다. 길게 찢어진 두 눈은 살짝 감은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안 돌아온 지 벌써 3년이야. 네 아빠가 말로는 안 해서 그렇지 너 많이 보고 싶어 해. 그런데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말이야. 이런 부자 관계가 어딨니.” 허진우는 담뱃재를 툭 털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 여사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잠시 침묵하다 화제를 돌렸다. “너랑 남서희는 이미 만나기로 했잖니. 남씨 가문에서 우리더러 시간 정해서 식사하면서 너희 둘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구나.” 허진우는 피곤한 듯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중에 때 되면 얘기해요. 급한 거 없어요.” “넌 안 급하겠지만, 엄마는 급해. 엄마는 손주 안아보고 싶어.” 허 여사는 허진우가 겨우 안정을 찾으려고 하니 얼른 이 일을 해치운다면 나중에 걱정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 이제 나이도 어리지 않잖아. 괜히 여자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굴어.” 허진우는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게 짧게 대꾸하며 옷깃 단추를 잡아당겼다. 그러다 주아린이 했던 말이 떠올라 조금 짜증을 냈다. “저 바빠서요, 나중에 얘기해요.” “진우야?” 통화는 이미 끊겼고 허진우는 겉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목적없이 운전을 하며 밤바람의 차가움을 느끼던 허진우는 저도 모르게 주아린의 작업실 부근에 도착했다. 이곳에 주아린과 이혼을 하기 전에는 그도 많지는 않지만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아린이 싫어했던 탓에 올라간 적은 없었다. 당시에 이유를 묻지 않았던 탓에 주아린이 몇 층에 있는지는 몰랐다. 그는 차를 길가에 세운 뒤 고개를 들어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진 층을 바라봤다. 그는 무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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