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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장 여사는 받아주지 않았다. “고작 이런 걸로? 이게 사과하는 태도야? 솔직히 말해서, 한참 멀었어.” 임수지가 입을 열었다. “그럼 여사님,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리실까요.” 그리고 주아린은 이미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장 여사의 용서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 자세를 낮추는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장 여사님. 진심으로 좋지 못한 경험을 하시게 된 것에 사과를 드립니다.” “아린아, 너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가 무슨 뜻인지 알 거야.” 장 여사는 무심하게 네일을 매만졌다. 장 여사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챈 주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장 여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서희는 내 사촌 동생이고, 사이가 아주 좋아. 이번 일이 어떻게 도리 지는 내 사촌 동생 기분에 달렸어. 아린아, 정말로 진심이라면 내 사촌 동생 앞에서 사과를 해야지.” 장 여사는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 “사실 나도 널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 너 봐봐, 젊은 데다가 능력도 있는 거 쉬운 일 아니야. 사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거야. 요즘에는 이혼한 여자라도 예전과 달리 다른 사람 잘 만나.” “내 그 바보 같은 동생은 꽉 막혀서 딱 그 사람 아니면 안 된다니까 너도 괜히 싸우지 마. 그럴 필요 없어, 남자는 많아.” 임수지는 의미심장하게 주아린을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아린이 예상했던 대로 장 여사는 역시나 남서희를 대신 해 화를 내주고 있는 것이었다. 주아린은 입술을 말아 문 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제가 남서희 씨에게 사과를 하면 이 일은 넘어가는 건가요?” 장 여사는 담패에 불을 붙일 뿐 아무 말 없이 없었다. 경멸 어린 눈이 그녀를 훑었다. 주아린은 사과하고 싶지도 않았고 고개를 숙이고 싶지도 않았지만 임수지의 걱정 어린 눈빛으로 애원하듯 쳐다보는 눈빛을 보자 속이 시끄러워졌다. 이게 다 그녀와 남서희 사이의 일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다 허진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주아린은 장 여사에게서 남서희의 연락처를 물은 뒤 전화를 걸었다. 남서희가 전화를 받았다. “남서희 씨, 저 주아린입니다.” 그 말에 남서희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알아.” “죄송합니다.” 주아린은 힘겹게 입을 뗐다. 남서희에게 사과를 하는 건 그녀의 자존심을 바닥에 짓뭉개는 짓이었다. “좋아, 내가 넓은 아량으로 봐줄게.” 놀랍게도 남서희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한 뒤 통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흘깃 보며 남서희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장 여사가 말했다. “됐어, 됐어. 오해도 풀렸으니까 이제 아무 일 없는 거야.” 임수지는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이번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장 여사가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고 임수지는 얼른 가서 배웅을 했다. 룸에는 주아린 한 명만 남아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핏기는 없었고 아랫배에서부터 고통이 밀려왔다. 무의식적으로 벽을 짚은 채로 몸을 숙인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졌다. 그러다 지나가던 종업원이 바닥에 주저앉은 주아린을 발견하고는 이상함을 느끼고는 얼른 다가와 물었다. “괜찮으세요?” 주아린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나무 아팠다. 아랫배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이었다. 종업원은 얼른 구급차를 불렀다. ……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주아린은 이미 병원 침대였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온통 하얀 것들에 한참을 적응한 뒤에야 겨우 주변 환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임수지가 그녀이 옆에서 걱정스레 물었다. “아린 씨, 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 있어요?” “저 어떻게 된 거예요?” 주아린이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아린 씨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요!” “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배를 만진 그녀는 불편한 점을 깨닫고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큰 일은 아니었어요. 제때 이송이 돼서 다행이었죠. 저혈당인 데다 영양불균형 때문에 기절한 거였어요. 아린 씨 남편한테 연락했으니까 금방 올 거예요.” 임수지는 아직 그녀가 이혼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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