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그동안 주아린은 아무리 힘들어도 운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내내 참고 또 참았다. 뭐가 됐든 그녀는 허진우를 좋아했었다. 지금의 주아린은 두 눈시울을 붉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술을 문 그녀는 화를 냈다.
“허진우 이 개자식, 나쁜 새끼.”
“그래, 그래. 그 새끼 나쁜 새끼야! 다 나 탓이야, 당시에 널 막았어야 했는데.”
조하영도 따라서 욕을 하며 주아린보다 더 크게 화를 냈다.
“넌 성격이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러니까 다 널 괴롭히려고 하지.”
“안 되겠어. 허진우를 찾아가서 단판을 지어야겠어. 대체 어쩌자는 거야. 이혼한 다음에 너한테 준 방을 지금은 또 애인한테 주겠다고 하다니, 뭐 하자는 거야!”
주아린이 그녀를 막았다.
“괜찮아, 하영아. 그럴 필요 없어. 됐어.”
“정말로 이대로 참을 거야?”
“난 집을 팔지 않을 거야.”
주아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키지 않는 게 아니라 허진우에게 놀아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뭔데 자신보고 그의 여자를 달래라고 하는 건지.
“싼값에 다른 사람한테 넘긴다고 해도 절대로 허진우한테는 팔지 않을 거야.”
“그래, 그래. 절대로 걔네 원하는 대로 하게 둘 수 없지!”
그녀는 허진우가 말한 것처럼 공교로울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남서희가 굳이 이 집을 고집한 건 대체 무슨 속셈인지 머리를 조금만 굴려도 알 수 있었다. 기껏 해 봐야 자신의 화를 돋우고 신경 쓰이게 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를 허진우의 곁에서 쫓아내려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친구한테 얼른 살 사람 구해보라고 할 게. 딴 사람한텐 다 팔아도 걔네한테만은 안 팔 거야!”
주아린은 사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남서희가 이대로 그만둘 것 같지가 않았다. 장 여사의 일을 포함해서 말이다.
장 여사 쪽 일은 그렇게 빨리 끝날 리가 없었고 남서희는 이 일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하는 바람에 카피 사건은 점점 더 시끄러워졌다. 여론은 남서희 쪽으로 향하고 있어 작업실의 명예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작업실의 또 다른 파트너인 임정호도 이 이야기를 듣고는 전화를 걸어 주아린에게 물었다.
이야기의 전후 과정을 설명하자 임정호가 주아린에게 말했다.
“이대로 계속 싸우는 것도 방법이 아니에요. 진짜로 소송을 한다면 시간이며 노력이 들뿐만 아니라 이긴다고 해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실 수는 없을 거예요. 그냥 최대한 덮는 걸로 하죠. 아린 씨, 저희 작업실 인제야 좀 빛을 볼까 하고 있는 거 잘 아시잖아요.”
“아린 시, 현실을 봐야 해요. 우린 그 사람들을 이길 수 없어요. 장 여사라는 분께 고개 숙여요. 장 여사 쪽에서 무슨 요구를 제시하든 다 받아들이는 걸로 하고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않게 해요. 네? 나중에 제가 장 여사 쪽과 식사 자리 마련할게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죠.”
주아린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임수지는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수지는 만남의 장소와 시간을 보낸 뒤 주아린에게 절대로 늦지 말라고 당부했다.
주아린은 제시간에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도착한 임수지가 주아린을 끌고 룸으로 들어가 장 여사에게 인사를 했다.
장 여사는 주아린을 보자 비웃음을 내걸더니 옆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뿐 임수지는 보지도 않았다.
대놓고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
임수지가 주아린에게 눈짓하더니 장 여사에게 말했다.
“장 여사님,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장 여사님.”
주아린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장 여사는 주아린은 무시한 채 임수지에게 말했다.
“수지 씨, 이게 뭐 하자는 거야? 왜 데려오면 안 될 사람도 데려온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사님. 저랑 아린 씨는 오늘 특별히 사과드리러 온 거예요. 일전의 미숙한 저희의 행동에 속이 상하셨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임수지는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
입술을 깨문 주아린은 그래도 먼저 술병을 들어 술을 따라줬다.
“여사님, 지난번 일에 대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젊은 아가씨가 말이야, 기개가 있는 건 좋아. 근데 그렇다고 잘못을 해놓고 인정도 안 하면 안 되지. 굳이 일을 키워서 고생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니. 지금 봐봐, 진작에 이런 태도를 보였으면 뭣 하러 그런 고생을 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