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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장

마음이 진정되니 다소 실망스러움이 몰려왔다. 첫 키스였는데 이렇게 사라지다니. 게다가 상대는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채원은 이 사고의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박태성이 그 사람을 차창 밖으로 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민지는 5년 동안 박태성 곁에 있으면서도 함부로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차 안의 분위기는 더욱 답답해졌고 온채원도 더 이상 박태성의 이마를 만지지 않았다. 박태성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 방금 전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한 온채원은 창가로 자리를 옮겨 박태성에게서 더 멀리 떨어져 앉았다. 이에 박태성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곧 센트럴 병원에 도착했고 육재하는 이미 지난번 박태성 전용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그가 인사를 건넸다. “형, 채원 씨.” 온채원이 굳어진 얼굴로 대답하지 않자 육재하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다. 늘 그를 볼 때마다 살가운 태도였는데 오늘은 왜 이러는 걸까. 온채원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태성 씨 상처에 염증이 생겨서 지금 고열이 나요. 어젯밤 물에 빠진 후에 젖은 거즈를 계속 두고 있어서 그런 거예요. 재하 씨, 어제 시간이 없었으면 저한테 말씀하셨어야죠. 왜 대답을 하고는 태성 씨 치료 안 해주셨어요?” 온채원은 어제 자신이 약을 갈아달라고 육재하를 불렀다는 사실을 박태성에게 숨기지 않았다. 듣고 있던 육재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안 갔어?’ 어제 무려 오아시스 빌리지에서 박태성과 함께 밤을 지샜다. 그가 치료하지 않은 게 아니라 박태성이 손도 못 대게 한 거다. ‘그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강제로 끌어다가 옷을 벗길 수도 없잖아.’ 육재하는 설명하고 싶었으나 박태성의 살벌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형이 또 사람같지 않은 짓을.’ 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거다. 육재하는 씁쓸함을 삼키며 미안한 얼굴로 해명했다. “채원 씨, 미안해요. 어제 응급 수술이 잡혀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어요.” 살짝 화가 났던 온채원은 육재하가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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