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집에 물티슈 있어요? 아니면 다른 수건이라도 좋으니 옷 좀 닦을 수 있는 것으로요.” 손에 내 수건을 들고 있는 그는 이것으로 자신의 옷을 닦는 것을 아까워했다. “잠시만요. 일회용 세면 수건이 있는데 물에 적셔 쓰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두 장을 뽑아주며 말했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수건을 쳐다보더니 뭔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마 이게 뭔지 모르시는 건 아니죠?” “네, 처음 봐요.” 직진 남의 귀여운 구석이다. 하긴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옆에 여자도 없으니 이것을 알 리가 없다. 어쨌든 세면 수건은 이제 막 나온 새로운 것이다. “여자들이 세수할 때 쓰는 일회용 수건이에요.” 세면 수건을 물에 적신 후 그에게 건넸다. 진형우는 머리를 숙여 흙먼지를 털었다. 그의 어깨에도 흙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세면 수건을 뽑아 닦아줬다. 그의 몸에 손이 닿은 순간 진형우의 몸이 흠칫 놀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모른 척 계속 닦아줬다. 이때 문득 진형우의 목 뒤에 있는 검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어제 꾼 꿈이 떠올랐다. 나를 업고 있는 오빠의 목 뒤에도 검은 점이 있었다. 순간 정신이 팔렸다. 진형우가 불러서야 정신을 차렸다. 내 손에 젖은 세면 수건이 그의 옷을 다 적셔버린 것을 발견했다. “이제 됐어요.” 손을 떼면서 그의 목 뒤에 있는 검은 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진형우 씨, 목에 있는 점 어릴 때부터 있은 거예요?” 진형우는 손을 들어 만져보더니 말했다. “네,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꿈속의 오빠가 진형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지금의 진형우도 나는 안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어릴 적에 업힌 꿈을 꿀 수 있단 말인가? 비록 사람의 꿈은 단지 억측일 뿐이고 온갖 기괴한 것이 다 있다고 하지만 나는 현실과 부합되는 이 꿈이 여전히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진형우의 목에 작은 점이 있는 줄 몰랐다. “됐어요. 갑시다.” 진형우가 뒤돌아서자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