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호흡이 점점 가빠졌고 그저 뻣뻣하게 서 있었다. 진형우는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지켜보면서 그 누구도 뒤로 한 발짝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밖에서 이웃집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정신을 차렸다. “새로 들어온 아가씨가 좋은 남자친구를 뒀네요. 계단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진형우를 밀치고 재빨리 도망쳐 거실로 갔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멍하고 혼란스러웠다. 진형우는 거실로 걸어 나오며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게 부모님의 옛날 집이에요?” 나는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 할 때 사진이 걸려 있는 벽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어릴 때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요.” 벽에는 내 상장과 가족사진이 붙어있었다. 부모님은 내 옆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얼어붙었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아주 훌륭했네요.” 진형우는 다시 내 상장을 들여다봤다. 우수 스타 아니면 모범생이다. “지금도 훌륭해요.” 나는 조금도 겸손하지 않게 말을 이었다. 진형우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인정할게요.” 그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일부러 한 마디 덧붙였다. “여러모로 다요.” 그의 눈빛에 나는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 사람은 너무 직설적이다. 눈빛이든 말이든 전부. 하지만 더 이상 이것으로 잡담은 하고 싶지 않아 바로 말했다. “오늘 고생 많았어요. 오늘은 내가 밥 살게요. 집도 같이 봐줄게요.” 처음에 원치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다.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좋아요.” 진형우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한마디 했다. “세수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수건 좀 있나요?”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그의 얼굴과 옷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따가 옷 좀 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