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강지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윤서아를 보고 말했다. “어디 가는 거예요?” “나은 언니 입속에 궤양이 생겨서요. 가서 약 좀 사 올게요.” 윤서아의 말에 강지훈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물을 너무 적게 마신 것 아니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강지훈이 입을 열었다. 나는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밥 대신 죽을 먹는 경우가 많았고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신다. 그렇지 않으면 온몸에 열이 나거나 코피가 난다. 입안에 물집이 잡히고 궤양이 생길 수 있다. 강지훈과 10년 동안 함께 있다 보니 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만 지금 이 말은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한 말이다. 서현우가 했던 ‘너무 잘 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너무 익숙해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대신 과부에게 홀렸다. “강 대표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어?”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갑고 도도한 말투로 반문했다. 강지훈은 차가운 내 모습에 얼굴을 찡그렸다.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옆에 서 있는 진형우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한마디 했다. “이리 와봐,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진형우가 옆에 있으면 불편하다. 그래서 강지훈을 따라 앞으로 몇 걸음 옮겼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가다가 바로 그를 불렀다. “공사 일정이 빠듯해. 할 말 있으면 빨리해.” 강지훈이 걸음을 멈췄다. 잘생긴 얼굴에 눈에 띄게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 “나 일부러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복수하는 거지?” “응?” 그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한나은, 나와 결혼하기 싫은 것은 알겠어.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다른 남자 만나는 것으로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알아. 마음대로 해. 하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손 쓰지 마. 이러면 친구도 잃게 돼.” 강지훈의 말에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았다. 특히 마지막 한 마디는 서현우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 서현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