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강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부자연스레 웃고 있었다.
“이모가 인테리어를 해주고 있었어.”
말을 마치고 그에게 가방을 건네주었다.
“오빠는 가서 짐 정리하고 있어. 나도 챙길 게 있어.”
그는 알겠다고 했고 나는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여전히 나하고 강지훈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내가 떠난 이후로 이 방은 줄곧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강지훈이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은 건가? 그럼 요새 어디에서 지낸 거지?
주수연하고 성화 별장에서 같이 사는 건가?
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강지훈한테 감정이 식기는 했어도 그가 입힌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최대한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나는 캐리어에 내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줄곧 이별을 준비하는 습관을 길렀었던 터라 옷을 포함한 물건들을 다 챙기고 나니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다.
거의 다 정리했을 때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가서 문을 열어보니 강시준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난 강시준은 아직 잠그지 못한 내 캐리어에 시선을 옮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가려고?”
“응. 계속 여기에 있기 곤란하잖아.”
그 말을 하며 나는 다시 돌아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시준은 따라와 열린 옷장에 눈길을 돌렸고 옷장에는 여전히 강지훈의 옷이 걸려 있었다. 그는 늘어뜨린 손바닥을 조였다.
“지훈이하고 여태껏 함께했는데 이대로 떠나면...”
강시준은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미련이 안 남을까?”
미련?
또 그 말이야?
나는 멈칫했다.
“오빠도 알다시피 내가 이별에는 능숙하잖아.”
강시준은 침묵을 지켰고 나는 마지막 물건마저 쑤셔 넣고 캐리어를 잠갔다. 그렇게 침대에서 캐리어를 내려오려는 순간 강시준이 내 행동을 제지했다.
고개를 들자 그와 눈빛이 마주쳤다.
깨끗하고 맑은 그의 눈동자는 도도하기만 한 강지훈과도 어두움이 짙어 있는 진형우와 달리 봄날의 그 맑디맑은 호수에 흡사했다.
순수하고 무욕적인 눈빛이었다.
“나은아, 여기가 네 집이라고 했었잖아.”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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