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두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나서 흠칫하더니 의외가 아니라 긴장한 기색이었다. “나은아, 우리도 네 맘 이해해. 이건 네가 아니라 지훈이가 잘못한 거야. 이모가 제대로 혼내서 너한테 사과하라고 할게...”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미연 이모는 강지훈을 한바탕 혼줄을 냈다. 그 뜻은 그들이 듣기 원하지 않는 말들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연 이모보다는 이성적인 석진 삼촌이 말을 건넸다. “나은이가 하는 말부터 들어.” 내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고 있는 미연 이모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삼촌, 이모, 저 강지훈하고 헤어졌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안 분위기가 고요해졌고 미연 이모는 손에 힘을 꽉 들이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야?” 석진 삼촌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그들한테 희망 고문을 하게 되면 일이 끝마무리가 안 될 것이라는 걸 아는 나는 강지훈하고 성격이 안 맞다고 둘러대 봤자 소용이 없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이실직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수연 씨 때문이에요. 약혼녀인 나를 능가할 정도로 그 사람한테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어요.” 미연 이모는 내 손을 잡아당겼다. “지훈이가 또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한 건데? 나은아, 뭐든 말만 해. 내가 가서 우리 아들한테 자꾸만 들러붙지 말라고 따끔하게 타이를게.” 석진 삼촌은 안색이 음산하기만 했다. “나은아, 지훈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우리는 잘 몰라. 네가 말만 하면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 줄게.” 진짜 모를까? 그날 스캔들을 분명 봤을 텐데 조사도 안 해보고 물어보지도 않았을까? 석진 삼촌에 대한 내 이해로는 절대 불가능한 사실이었다. 현재는 강지훈이 강인 그룹을 책임지고 있지만 자기 손으로 이 회사를 설립하고 기업 회장님인 석진 삼촌은 그저 대부분 권리들을 강지훈한테 넘긴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사무들에 대해 강지훈은 늘 석진 삼촌한테 보고를 해야 됐으니 실질적인 회사 권한은 석진 삼촌한테 있는 것이다.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