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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마침 내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던 순간 주머니 속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화면에 구윤오라는 이름이 깜빡였고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윤오 씨, 이 시간에 나한테 전화하다니 무슨 일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도준 씨, 지금 시간 좀 있어요? 나랑 한번 만날래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 회사에 기술 자문이 하나 필요한데 제 주변에 생각해보니 도준 씨만큼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 내 입지는 아직 완전히 다져지지 않은 상황이라 협력 파트너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은 기회가 될 터였다. 그 생각에 나는 바로 승낙하며 말했다. “윤오 씨, 그 얘기는 직접 만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자리를 정리한 후 사람들에게 인사한 뒤 외투를 챙겨 구윤오의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구윤오와 박시아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지만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두 사람 앞에 앉았다. “두 사람 한창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좀 애매한 타이밍에 온 것 같네요.” 왠지 모르게 내 말에 질투가 섞인 듯했다.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건지 박시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도준아, 난 그냥 재미로 온 거야. 두 사람 얘기 나눠. 나 신경 쓰지 말고.”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구윤오는 서둘러 중재하며 말했다. “도준 씨, 우선 우리 협력 건부터 이야기합시다.”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래요.” 구윤오는 협력 계약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펜을 건네며 말했다. “도준 씨가 회사를 관리하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우리 쪽은 그냥 가끔씩만 들러주면 돼요.” “계약서의 조건은 이미 정리했으니 괜찮으면 바로 서명해줘요.” 나는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한 후 주저 없이 서명했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오 씨,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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