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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고아람은 며칠 동안 재판 준비를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저한테 전화하신 거 알아요. 바빠서 답장을 한다는 게 깜빡 잊어버렸어요.” 고아람은 일부러 주지안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람 씨가 무사한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이제 괜찮아요.” 주지안이 말했다. 그는 고아람에게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서지훈은 고아람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 때문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일개 보조가 그렇게 바빠?” 서지훈이 말했다. 고아람은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아 그저 화를 꾹 삭혔다. 서지훈의 옆에 서 있던 임한성은,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냉기를 느끼고는 고아람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형수님, 저희랑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 “그냥 제 이름을 부르시면 돼요.” 고아람은 다시 한 번 호칭을 바로잡았다. 그 말에 임한성은 민망해했다. “죄송해요. 습관이 돼서 자꾸 실수를 하게 되네요. 앞으로 주의할게요.” “아니에요. 전 친구랑 같이 와서 이만 가볼게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고아람은 그의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고아람이 신미연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신이함은 그녀의 룸에 들어가면 신미연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아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우린 다 친구니까 그냥 다 같이 놀아요.” “그건 좀…” 고아람은 거절의 뜻을 밝혔다. “아이참. 다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2층으로 가던데, 어디인지 알아요. 자, 이만 가요.” 신이한은 고아람의 거절을 가볍게 무시했다. 임한성 역시 옆에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함께 고아람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방문을 열자 신미연과 한 남자가 거의 뽀뽀를 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신이한은 깜짝 놀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룸의 평화롭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뜨려버리고 말았다. 고아람은 민망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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