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고개를 든 서지훈은 기대에 가득 찬 박유연의 두 눈을 마주했다. 고아람도 이런 눈빛으로 그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더 이상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지 않았다. “고생했어.” 박유연은 힘껏 고개를 저었다. “고생은, 지훈 씨를 위해서라면 다 해줄게.” 서지훈은 그 만둣국이 그리워져서 한 그릇 떠서 입에 넣었다. 입에 넣었을 땐 자신이 늘 먹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입 베어 문순간 기대했던 식감도 없었고 너무 오래 끓인 탓에 만두피도 녹아내려 탱글탱글한 맛이 없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알던 만둣국은 이런 맛이 아니었다. 차이가 너무 컸다. “맛있어?” 박유연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묻자 서지훈이 말했다. “별로 배가 안 고파서.” 박유연은 순간 실망했다. “맛없어?” “내가 배 안 고파서 그래.” 서지훈이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 박유연이 그를 보며 물었다. “나 안 재워주실 거야?” 어른끼리의 만남이 좋은 것은 직설적이라는 것이다. 서지훈은 잠시 멈칫했다. 박유연의 얼굴과 내뱉은 말의 갭을 느낀 듯했다.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땐 부끄러워하고 말을 돌리는 타입이어야 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재워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적극적인 여자인 듯했다. 어쩌면 해외에서 오래 산 탓에 개방적인 듯했다. 서지훈이 대답했다. “돌아가지 그래.” 넘 명확한 거절이라 박유연이 더 남겠다고 한다면 너무 없어 보이는 탓에 그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늦은 저녁, 밤의 시작이었다. 임한성과 신이한은 각종 클럽의 단골이었다. 귀를 울리는 노랫소리에 어두운 조명, 흔들리는 몸, 이런 분위기에서 남녀는 자연스레 뒤엉키기 시작했다. 신이한은 한 손에 위스키를 든 채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흔들며 스테이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임한성은 소파에 앉아 예쁜 여자의 손금을 봐주고 있었다. 신미연은 불타는 듯한 붉은 원피스에 굵은 웨이브, 글래머한 몸매를 자랑했다. 섹시하고 개방적인 그녀는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들었고 가는 허리는 마치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