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한옥자는 얼른 딸의 곁에 앉아 고아람의 손을 잡았다. “람아, 엄마가 화를 내려는 게 아니라, 네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굴면 안 되는 거야. 너 봐봐, 나랑 네 아빠 아무것도 없잖니. 평생 하루하루 먹고사는 거에 치중했었는데 네가 서지훈과 결혼을 한 뒤에야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게 됐잖니. 그런데 지훈이가 다쳤는데 옆에서 챙겨주지 않는 건 아내로서 자격 미달이야.” “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고아람이 물었다. “했지, 너가 지금 자기한테 화가 나 있다고 우리더러 말 좀 잘해달라더라. 람아, 싸울 수도 있어, 근데 지훈이가 우리 앞에서 잘못도 인정했으니까 너도 이제는 돌아가.” 달래며 화해를 시키는 한옥자의 말에 고아람은 냉소를 흘렸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엄마, 나 서지훈이랑 이혼했어요. 이혼 도장도 찍었는데 제가 뭐 하러 돌아가요?” 한옥자는 넋이 나가버렸다. 고진욱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딸을 쳐다봤다. “이, 이혼했어?” “람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서지훈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했어요.” 고아람은 일부러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이혼 도장이 찍힌 서류를 가져왔다. 한옥자는 그 서류를 빼앗아 확인했다. 서류에는 커다랗게 이혼 서류라고 적혔다. 펼쳐보니 안에는 고아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쳤어?” 한옥자는 고아람의 팔을 찰싹찰싹 내려쳤다. “너 지금 바로 가서 지훈이한테 사과해, 용서해달라고 빌어….” “제가 왜 용서를 구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고아람은 상처받은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봤다. “바람을 피운 건 서지훈이에요.” “서지훈이 어디 그냥 사람이야? 엄청난 거물 변호사야. 집안에 돈도 많은 데다 독자잖아. 앞으로 물려받을 재산이 얼만데, 어쩜 이렇게 멍청하게 굴어. 설령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네가 비켜주지만 않으면 네가 본처인데, 대체 뭘 겁내는 거야?” “옥자, 진정 좀 해 봐.” 고진욱은 아내가 너무 흥분한 것 같아 그녀를 잡아당겼다. 부모님의 이해를 받지 못해 고아람은 피곤하면서도 가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