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어? 내가?”
고승준은 여준수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도 네 동생인데 내가 바래다주는 건 좀 그렇지 않냐?”
하지만 이번만큼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만. 이건 명령이야.”
여준수는 차갑게 이 한마디를 남겨두고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
여준수의 명령에 고승준은 자리에서 몇초간 굳게 되었다.
‘아니, 세상에, 이러는게 어디 있어?’
그 말은 들은 여아린도 기분은 나빴지만, 지금은 콧소리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 빼고는 고승준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
정씨 가문.
클럽에서 나온 정은지는 병원도 집도 그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다.
마땅히 갈 곳을 잃은 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본가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늦은 시간이니 다들 단잠에 빠져 있는 줄 알았는데 거실에 들어서니 아빠 정태성이 갈색 잠옷을 입은 채 소파에 앉아 바삐 업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
정은지는 조용히 소리를 내어 정태성을 불렀다.
그 소리에 정태성은 믿기지 않은 듯 머리를 들었고 보배 딸 정은지를 보자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리 보배 은지, 이 시간에 웬일이야? ”
오래간만에 아빠를 보게 된 정은지는 코끝이 찡해 났다.
어렸을 때부터 정은지는 그림 속에 아이처럼 예뻤기에 정태성은 항상 딸을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삼았고 툭하면 보배 딸, 보배 은지로 호칭했다.
어렸을 때 습관이었는데 어언 수년이 지나도 정태성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정은지는 정태성을 향해 가까이 발걸음을 옮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보였다.
“별일 없어, 그냥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정태성은 머리를 끄덕였지만, 자세히 딸을 관찰하니 별일 없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정은지의 상태는 엉망이었고 군데군데 멍든 부분들이 눈에 거슬렸다.
억울함을 기어코 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에 정태성은 마음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얘야, 아빠한테 털어놔. 너 뭔 일 있었지.”
정은지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머리를 흔들었다.
정태성의 관심에 자기도 모르게 코끝이 다시 아려왔다.
‘환생 후 아빠한테 와보는 건 이번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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