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하, 인제 보니 더러운 건 물론이고 귀도 먹은 모양이구나? 당연히 너를 말하는 거지. 여기 다른 정은지가 있어?” 여아린은 정은지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계속해서 독설을 퍼부었다. “정은지, 네가 조금이라도 몸가짐을 조심했다면, 우리 오빠 몰래 다른 남자와 놀아나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있었겠어? 네가 한 모든 짓거리는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야. 내가 일부러 널 모욕하겠냐고?” 주변 사람들은 여아린의 말에 반응하며 저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특히 여아린의 뒤에 서 있던 그녀의 친구들은 정은지를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아린, 말 함부로 하지 마.” 눈을 부릅뜬 정은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말엔 근거가 있어야지. 무슨 근거로 날 이렇게 모욕하는 거야?” 그러자 여아린은 비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널 모욕한다고? 참 웃기네. 억울하면 나가서 물어봐. 네가 남자를 갈아타며 돌아다니는 거 모두가 알걸?” 여아린의 비난에 정은지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이곳은 공공장소였기에 너무 소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여아린, 네 오빠를 생각해서 네가 나를 모욕하는 걸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 사과해.” 정은지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여아린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눈썹을 한껏 치켜올렸다. “사과? 너 자신을 좀 돌아봐. 네가 뭔데 내가 너한테 사과를 해?” 여아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높이 든 채 고상한 척 계속해서 정은지를 비난했다. “정은지, 네가 정말 귀한 집안의 딸이라고 생각하냐? 난 네가 가장 역겨운 타입의 여자라고 생각해. 외도나 하고 남자를 갈아타는 데만 신경 쓰는 여자한테 무슨 고귀함이 있겠어?” “정말 이해가 안 돼. 우리 오빤 대체 안목이 어떻게 생겨먹은 거지? 어떻게 너같이 망나니인 애를 좋아할 수 있는 거냐고. 귀한 가문 자식인데 넌 왜 밖에서의 소문이 그렇게 더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