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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다음 날 오후. 정은지는 옷방 문을 열어 동창회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려 했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에 놀랐다. 옷방은 외국에서 공수한 고급 맞춤 의류로 가득했다. 여준수가 디자이너에게 특별히 준비해달라고 부탁한 것들이었지만 당시의 예전에 정은지는 그런 것들을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옷을 입어보니 정은지의 체형에 완벽하게 맞았고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임을 알게 되었다. 똑똑 몇 번의 노크 소리가 들리자 이은실이 차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정은지가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모님이 뭔가 변하신 것 같네.’ 그리고 정은지는 이은실이 온 것을 보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아줌마, 이 옷들 준수 씨가 채운 거 맞죠?” 이은실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이 옷들은 전부 도련님께서 직접 고른 거예요. 사모님께서 좋아하지 않을까 봐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 도련님의 마음을 사모님도 느끼셨죠?” 정은지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예전엔 정말 어리석었었구나...’ 정은지는 타인의 진심을 가식으로 착각하고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주는 사람을 멀리했다. 이렇게 좋은 남자가 옆에 있는데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시 태어났고 이제 정은지는 여준수의 호의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 그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겠다. 여러 옷 중에서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드레스를 고른 정은지는 옷을 몸에 대보고는 물었다. “아줌마, 이 옷 어때요?” 그러자 이은실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모님이 얼마나 아름다우신데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거예요.” 정은지는 칭찬에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이은실은 몇 걸음 더 들어가서 한 옷장을 열며 말했다. “여기에는 이 옷과 어울리는 하이힐과 명품 가방, 그리고 다양한 액세서리가 있어요. 마음에 드는 거 골라 입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몇 개의 액세서리 상자를 꺼내어 열었다. 마음이 따뜻해진 정은지는 이은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고마워요. 아줌마.” 곧이어 이은실은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께서 이 옷들을 입은 모습을 보면 도련님께서 분명 기뻐할 거예요.” 정은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모습을 점검했다. 그러고는 이은실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아줌마, 제 전신 사진 좀 찍어주세요.” 카메라 앞에서 정은지는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미소는 온화하고 귀여워서 누구라도 그 미소에 빠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사진을 찍은 후, 정은지는 그 사진을 여준수에게 보내며 메시지를 남겼다. [예뻐?] 잠시 기다렸지만 여준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은지는 그가 바쁘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았다. 화장대 앞에서 간단한 화장을 하고 있던 정은지는 다시 한아진의 전화를 받았다. “준비하고 있지? 단순한 동창회니까 평소 입던 옷 입어도 괜찮아. 그냥 간단하게 입고 와. 시간 다 됐으니까 늦지 않게 도착해.” 정은지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으면서 그녀는 속으로 냉소했다. 전생에서의 한아진도 똑같이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정은지가 동창회에 도착했을 때, 한아진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모든 시선을 끌고 있었다. 반면, 옆에 서 있던 자신은 초라해 보였다. ‘오늘은 절대 한아진 네 의도대로 되지 않을 거야.’ 정은지는 집을 나서며 여준수의 차고로 간 뒤, 눈길을 끄는 멋진 포르쉐 스포츠카를 골라 탔다. 고급 클럽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니 룸 안에는 이미 술잔이 오가고 있었다. 정은지가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고 그 시선들은 하나같이 놀라움과 감탄으로 가득했다. 동창들은 정은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누군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정은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늦어서 미안해.” “정은지? 너 정말 예쁜데?” 누군가가 사람들 속에서 외쳤고 모두들 깜짝 놀랐다. 정은지가 아름답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거의 꾸미지 않고 다소 흐트러진 모습이었기에 사람들이 그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그녀의 모습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였다. 연보라색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정은지는 마치 연기처럼 몸을 감싸는 얇은 천이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 길고 우아한 목선, 낮게 파인 브이넥은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드러냈고 완벽한 가슴 라인, 가늘고 날씬한 허리, 그리고 희미하게 드러나는 긴 다리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본래부터 수려하고 섬세한 그녀의 이목구비는 은은한 화장을 더 해 더욱 매혹적이었다. 미소 한 번, 몸을 살짝 돌릴 때마다 연보라색 드레스가 그녀의 우아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수많은 감탄과 놀라움 속에서 유독 한 사람의 시선은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한아진은 갑자기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사람들의 찬사를 즐기고 있던 사람은 본래 한아진이었다. 이번 모임을 위해 비싼 브랜드 옷을 입었음에도 정은지가 나타나자 그녀는 모든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모임에서는 온통 정은지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고 원래 한아진 주변에 있던 사람들마저 정은지에게 끌려갔다. “너 정말 너무 예쁜데? 이 드레스 너한테 너무 잘 어울려. 이거 비싸 보인다?” “맞아, 은지야. 만져봐도 돼?” “우와, 이 원단 진짜 부드럽고 예쁘다...” “네가 옷을 이렇게 입었다면 일찍이 많은 사람들이 너한테 반했을 거야.” 정은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살짝 한 모금 마셨다. 과거의 자신이 떠오르자 정은지는 그때의 옷차림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아마 당시 한아진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고하준이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고 정은지는 그 말에 따라 옷을 입었다. 정말이지 그때는 고하준이 너무 독특한 취향을 가진 줄 알았다. 하지만 인제 와서 보니 그건 한아진의 거짓말에 불과했다. 고개를 든 정은지의 시선에는 고하준이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한아진이 다가와서 약간 찌푸린 채로 물었다. “왜 이렇게 입고 왔어? 너무 정적으로 입고 왔잖아.” 그러자 정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네가 간단하게 입으라고 했잖아? 예전에 입었던 건 뭐가 주렁주렁 많이 달린 거라 너무 귀찮았어...” 한아진은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 이렇게 입으니까 아주 예뻐. 다들 너 기다리고 있었어. 네 자리도 남겨뒀고. 같이 가자.” 정은지는 그 자리를 보았다. 그 자리는 다름 아닌 고하준의 바로 옆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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