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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이른 아침부터 학교 게시판 앞에는 학생들로 북적북적했다. 너도나도 서로 밀치며 저마다 앞다투어 목을 길게 뺀 모습이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마주한 듯했다. 한편, 그 시각 게시판에는 정은지의 논문 점수가 이미 발표되어 있었다. 논문 점수는 낙제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학과 논문의 사상 최저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논문 내용은 전교생과 교사들이 공공연하게 감상할 수 있게 더욱 노골적으로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었다. 이때 한 학생이 경멸은 담은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그럴 줄 알았어, 정은지 같은 온실 속의 화초가 어떻게 우수한 논문을 쓸 수 있겠어!”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라니까!” 옆에 있던 학생들도 그 논문을 보고는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수군거렸다. “정은지는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몰라. 논문을 대필 받고서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공개적으로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허, 그거야말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꼴 아니야?” “맞아, 이 정도의 논문을 제출하면서도 감히 대필을 찾은 게 아니라고 말하다니. 누가 믿겠어?” 현장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한편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한편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논문이야? 쓰레기지.” “문맥의 흐름도 자연스럽지 않아. 초등학생이 써도 정은지보다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우리 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지 정말 모르겠어.” “평소에 뭘 믿고 그렇게 잘난 척하는지 모르겠어. 반반한 얼굴 빼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 맞아...” 조롱하고 비웃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끝없이 이어졌다. 반면 한아진과 엄슬비는 그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해 입을 가린 채 무리 밖에 서 있었다. 모두가 정은지에 대한 인상이 이렇게 좋지 않은 것을 눈으로 확인한 두 사람은 자연스레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정은지에게 약간의 교훈을 준 셈이었다. 이때 갑자기 엄슬비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진아, 정은지는 아직 이 일을 모르겠지?” 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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