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여준수가 대체 왜 화가 난 건지 그녀는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는 엄청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준수 씨, 왜 그래, 괜찮아? 나, 난 그냥 준수 씨가 옆에 없으면 잠이 안 와서 그래.” 정은지가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 곧이어 정은지는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정은지, 대체 언제까지 연기할 건데?” 그의 어투엔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은지는 깜짝 놀랐다. 이번엔 정말로 진심으로 화가 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엄청 화가 난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하얬다. 연기한다니, 너무도 억울했다. 여준수는 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또 이렇게나 화가 난 것일까? 정은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여준수의 심기를 더 거슬리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준수 씨, 난 정말 준수 씨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 아직도 연기해?!' 여준수는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어 손을 들어 정은지의 턱을 확 잡았다. 이를 빠득 갈면서 말했다. “왜 이러냐고? 분명 며칠 전까지 내 손가락이 네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역겹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하루 사이에 먼저 나한테 다가오고, 나랑 같이 잠을 자고 싶다는 말을 해? 평소엔 나한테 관심도 없고 묵묵히 삼시 세끼만 차리던 네가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데, 나한테 왜 이러냐고? 내가 정말 바뀐 네 태도도 눈치 못 챌 만큼 멍청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아니면, 네 눈엔 원래부터 내가 머저리였나? 네 멋대로 날 속이고 날 휘두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으면서 여준수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정은지는 그런 그의 행동과 말에 놀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도 이젠 알게 되었다. 여준수는 여전히 그녀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보여주었던 모든 호의는 여준수에게 그저 연기일 뿐이었다. 정은지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준수 씨, 대체 어떻게 해야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