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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사실상 조금 전의 장면에 정상적인 남자라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참을 뿐이다.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를 더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말없이 혼자 참아냈다. 그렇게 마사지를 끝낸 다음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아파?”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정은지는 시험 삼아 다리를 살짝 움직여보았다. 이제는 그리 아프지 않은 것 같아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여준수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옆에 두었던 얼음주머니를 들었다. “이건 얼음주머니야. 얼굴에 대고 찜질을 해.” 그녀는 얼음주머니를 받아 들고 얼굴에 댔다. 여준수도 이제야 완전히 시름을 놓고 약품 상자를 들고 나갔다. 한번 나간 그는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기다리고 있던 정은지는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혹시 자신에게 겁먹고 도망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안 됐다. 그녀는 오늘 밤 여준수와 함께 자고 싶었으니까. ... 같은 시각, 여준수는 객실의 욕실에서 막 샤워를 끝냈다. 허리에 수건을 두른 그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여기로 온 이유는 정은지와 같은 방에 머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자제력에 항상 자부심이 있었다. 어떤 유혹이 눈앞에 있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 전 욕실에서 정은지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그는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가 방금 겁에 질렸고, 또 몸에 상처가 가득하다는 걸 고려해서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느릿하게 객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예전에 반쯤 남은 와인이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도우미가 치운 모양이다. 포기하려고 한 찰나 그의 시선이 우연히 벽 구석에 쌓인 짐 가방들에 멈췄다. 이 짐 가방들이 왜 여기 놓여 있고 아무도 정리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물론 그것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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