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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장

“말해봐요! 내 무기고에 불을 지른 놈이 누군지! 당장 죽여버리겠어!” 갑자기 천윤제가 발작하듯 물었다. 흑야의 무기고에서 발생한 사건은 언제나 천윤제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고통이었다. 천윤제는 표면적으로 체면을 살리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매번 그 사건을 자세히 떠올릴 때마다 당장 범인을 잡아서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반면 정은지는 그의 모습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사실 정은지는 천윤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같은 사람은 오랫동안 무법지대에서 살아왔고 어느 정도 높은 지위에 올라와 있기에 성격이 다소 광폭하고 극단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어 정은지는 그 이름을 내뱉었다. “남하린이에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천윤제가 순식간에 분노를 터뜨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가씨, 경고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남하린, 그녀는 천윤제의 곁을 지켜온 가장 유능한 조력자였다. 오랜 세월 동안 남하린은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었는지 몰랐다. 또한 그녀는 천윤제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기고에 불을 지른 사람이 남하린이라고 하다니. 천윤제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다행히도 정은지는 그의 반응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낯선 사람인 자신의 말 한마디로 천윤제를 믿게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윤제 씨가 보기엔 내가 천윤제 씨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배짱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하게도 죽음을 자초하려는 게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그 말에 천윤제의 눈빛이 순식간에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은지는 그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어 정은지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헛소리한다고 생각하면 돌아가서 사람을 시켜 직접 조사해 보면 될 일이잖아요? 그리고 천윤제 씨의 능력이면 어려운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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