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장
교실에서 나온 소여희는 분노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
정은지에 대한 인상이 점점 비호감으로 바뀌었으나 하필이면 애물단지 같은 존재라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유서 깊은 학자 집안 출신으로서 가족들도 전부 다양한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따라서 소씨 가문을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본인도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비록 외모는 평범해도 어린 나이에 일류 대학교의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된 여자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냐는 말이다.
또한 이런 생각 때문에 그녀는 항상 우월감에 사로잡혔고, 눈이 워낙 높아서 자신과 어울리는 남자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박정후를 만난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문학과 주임교수로서 그는 대학교를 통틀어 제일 젊은 교수였다.
훤칠한 키에 빼어난 외모, 게다가 온화한 성품까지 더해 한순간에 모든 여학생의 ‘백마 탄 왕자’로 등극했다.
교사와 학생을 막론하고 학교에 드나드는 여성이라면 박정후의 매력에 한 번쯤은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소여희도 오랫동안 지켜온 지조를 버리고 난생처음으로 남자에게 대시했는데 체면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고백하는 날에 박정후에게 거절당하면서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선명했다.
“소 교수님은 경제금융학과 담당이죠?”
소여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정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께 부탁할 일이 있는데 아마 반에 정은지라는 여학생이 있을 거예요.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여동생이거든요. 평소에 워낙 장난이 심해서 혹시 가능하다면 앞으로 대신 잘 좀 챙겨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박정후가 이렇게 다정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게 처음이었지만 하필이면 정은지 때문이라니!
결국 그 이후로 소여희는 정은지에게 앙심을 품고 틈만 나면 겨냥하기 급급했다.
정은지를 챙겨달라는 게 박정후의 부탁이었으니 생지옥 같은 나날을 선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소여희는 이런저런 생각 하며 교무실로 돌아갔다.
문에 들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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