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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장

누구도 그날에 대해 까발리지 않았을 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다. 어쨌든 앞으로 얼굴 마주 보며 지내야 하는 사이기에 괜히 일을 크게 만들어서 좋을 게 없어 조용히 있는 것뿐이다. 당사자들보다 더 흥분한 건 조설현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준수 옷에 립스틱 자국이 있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여튼 요즘 여자애들은 조신하지 못하다니까. 자존심이 없는 거니? 어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머니, 진정하세요.” 정은지는 옆에서 토닥이며 조설현을 타일렀다. “이제 진정할 일이야? 현영아, 앞으로 우리 준수 좀 챙겨줘. 내가 이렇게 부탁하마.” 조설현이 노심초사하며 당부하자 유현영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옷깃에 있는 립스틱 자국은 유현영의 작품이니까... “됐어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더 이상 언급하지 말죠.” 여준수가 상황을 수습하며 말했다. “은지는 학교 가고 전 회사 갈 거니까 두 사람은 알아서 해요.”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정은지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숙여 조용히 베이컨을 먹었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유현영을 감싸는듯한 여준수의 행동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 아침 식사 후. 배불리 먹은 조설현은 할 말도 다 했겠다 이곳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유현영을 보며 말했다. “현영아, 오랜만에 귀국했는데 나랑 같이 산책할까?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를 들은 유현영은 동의를 구하는 듯 여준수를 바라봤다. 그러나 여준수는 차갑게 행동하며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정은지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많았기에 조설현이 본인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기도 하다. 얼마 후 그들은 헤어졌다. 조설현은 유현영과 함께 산책하러 떠났고 정은지는 여준수의 차에 올랐다. 예전처럼 여준수는 정은지를 학교로 데려다준 후 다시 회사로 향했다. 가는 길. 차 안의 분위기가 조금 미묘해지자 여준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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