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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이내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내 친구답네! 위급한 상황에 도와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어쨌거나 여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고하준이 집적댔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내막을 알고 모르고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릴 텐데 어쩌면 임지현처럼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둥 지조가 없다는 둥 막말을 들을 가능성이 컸을 거야. 그때가 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누명을 벗기 힘들겠지...” 한아진의 눈빛이 시시각각 변했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결국 제 발 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은지야, 우리 사이에 예의 차릴 필요 있나? 제일 친한 친구로서 도와주는 게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까! 아진아, 사랑해!” 정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아진을 덥석 끌어안았다. 너무 세게 껴안는 탓에 한아진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여준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여준수는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고 시종일관 입을 닫고 있었다. 때마침 주문한 요리가 하나둘씩 나왔다. 정은지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반찬을 집어 여준수의 앞접시에 내려놓더니 한아진의 밥그릇을 들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아진아, 많이 먹어. 그동안 날 세심하게 케어해 주고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챙겨줬는데 오늘은 내가 다 해줄게.” 그러고 나서 밥그릇에 반찬을 잔뜩 집어서 올려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한아진은 뻘쭘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내 더듬거리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밥그릇을 건네받아 고개를 푹 숙이고 먹는 시늉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를 끌어안더니 속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한아진이 떠나자 정은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억지로 웃었더니 얼굴이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근육을 풀어주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반면, 그녀를 바라보는 여준수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아까 정은지의 체면을 봐서 입을 닫고 있었지만, 사실상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곧이어 쌀쌀맞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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