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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장

몇 분 후 정은지는 시간을 확인한 후 호흡을 가다듬고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파티장에 한아진이 보이지 않자 정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문득 아까 여준수가 다 쉬고 자기를 찾아오라는 말이 생각나 여준수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정은지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여준수가 분명 그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여해진과 조설현만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여준수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정은지는 조금 더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찾고 있던 여준수는 보이지 않고 고승준을 보았다. 고승준은 여러 가문 아가씨들과 모여서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고승준은 훤칠한 외모에 유망한 가문 자제였고 여준수의 든든한 오른팔이기도 했기에 아가씨 중 많은 사람이 고승준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고승준은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성격이어서 아가씨들은 고승준과 얘기를 나누는 걸 즐겼고 고승준을 마음에 품고 있는 아가씨들도 여러 명이었다. 아가씨들은 하나둘씩 고승준의 주위로 몰려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승준은 아가씨들의 연락처를 모두 받아내 휴대폰에 저장했다. “승준 씨, 승준 씨는 왜 여자 친구가 없을까요?” 그때 한 여자가 물었다. “그러게요. 승준 씨는 잘생겼고, 재치 있고 유능한데,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없나요?”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치며 물었다. 그러자 고승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가락을 입에 대고 진중하게 말했다. “아니요.”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은 게 아니라 저에게 유일한 인연을 기다리고 있어요.” “네? 승준 씨 정도라면 여자 친구를 옷 바꾸듯이 바꿔도 이상할 게 없는걸요?” 고승준은 계속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런 여자라면 아무렇게나 만날 수 있지만 그건 여자 친구가 아니죠. 제 말 이해할 수 있나요? 남자가 진정 원하는 배우자는, 남자에게 언제든 돌아갈 집과도 같은 존재예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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