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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장

또 그때의 정은지는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한아진의 말을 믿고 몰래 밖으로 나갔었다. 하지만 나와 보니, 고하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이상하게 소문이 났고 정은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약혼자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한 불륜녀로 각인되었다. 하룻밤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실망해 버렸고 모두가 그녀를 비난했으며 정씨 가문 큰딸은 인성이 별로라고 소문이 나 버렸다. 이후로 그녀의 평판은 아주 안 좋게 변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정은지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그녀는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대답했다. “그래. 내일은 주말이니까 내일 만나자.” 한아진의 눈이 반짝였다. 이렇게 빨리 동의할 줄 몰랐던 것이었다. “좋아!” 그녀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다 먹었으니까 먼저 갈게. 내일 봐!” 말을 마친 그녀는 식판을 들고 떠났다. 정은지는 한아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임지현은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무언가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은지야,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정은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임지현의 통통한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 “티 나? 언제부터 그렇게 내가 하는 생각들 다 꿰뚫어 보게 된 거야?” 그녀는 임지현의 얼굴을 콕콕 찌르며 귀엽게 웃었다. “표정을 보니까 뭔가 나쁜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정은지가 웃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계획하고 있는 건 내 쪽이 아니라 다른 쪽이지.” 이 말을 들은 임지현은 방금 한아진의 얼굴이 떠올렸다. “아, 알겠다! 한아진이 나쁜 계획을 세우고 있구나, 맞지?” “똑똑하네!” 정은지는 또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지현도 같이 웃었지만 궁금한 게 많아졌다. “그럼 한아진이 나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면서 왜 내일 만나자는 제안에 동의한 거야?” 정은지는 한아진을 경멸한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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