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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장

정은지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소여희가 이토록 뻔뻔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대놓고 박정후에게 접근할 수 없었던 소여희는 몰래 약을 먹여서라도 어떻게 해보려는 듯했다. 이는 비열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사무실인데 말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든 소여희의 행동은 도가 지나쳤다. 만약 지나가던 학생이나 교수에게 발견된다면 학교에 어떤 소문이 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은지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 순간 소여희가 갑자기 황홀경에 취한 듯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박정후에게 키스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이 장면을 본 정은지는 놀라움에 휩싸여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저런 역겨운 짓까지 할 수 있지? 감히 정후 오빠를 몰래 탐하려 하다니?’ ‘안 돼. 절대로 소 교수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안 돼!’ 여기까지 생각하던 정은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커튼을 열어젖혔다. 박정후에게 키스하려던 소여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정은지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입꼬리를 살며시 올린 정은지는 비웃는 듯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 교수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소여희는 정은지가 나타날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순간 소여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으로 가득 찼고 그녀는 황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나... 나는 그냥 박 교수님과 함께 식사하러 온 거야.” “그래요?” 정은지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냥 식사하러 왔다면 왜 굳이 문을 잠근 거죠? 그리고 정후 오빠는 왜 이렇게 된 거죠?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같은데.” 정은지의 말에 소여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문을 잠근 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어. 그리고 박 교수님은 그냥 잠든 거야!” 소여희는 끝까지 교활한 변명을 이어갔다. 정은지는 그녀의 거짓말 솜씨가 일품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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