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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장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정은지는 빠르게 교실로 돌아갔다. 게시판에 붙은 공지는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하려 했지만 임지현의 모습은 그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듯 무덤덤했다. 정은지를 발견하곤 애써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모습에 정은지도 한시름 놓고 격려가 담긴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뭐가 걱정이야. 내가 진실을 밝혀줄게.’ 이렇게 말하는 듯한 정은지의 눈빛에 임지현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솔직히 무덤덤한 척해도 게시판의 내용이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소여희는 아직 명확한 증거도 없는 일을 기정사실화 시키고 그녀의 가정 상황까지 까밝히며 전교 학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게 만들었다. 복도에서 그녀와 마주치는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궁창에 박힌 쓰레기를 바라보듯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그래도... 은지는 날 믿어줘서 다행이야.’ 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아진의 표정이 매섭게 굳었다. ‘정은지 쟤는 애들 시선이 신경 쓰이지도 않나. 이런 상황에선 엮일까 걱정되어 가까이 가지도 않는 게 대부분인데 정은지는 멀리하긴커녕 오히려 더 살갑게 달라붙다니.’ ‘저 둘이 엮이면 앞으로 더 성가셔지는데...’ 한편, 자리로 돌아온 정은지는 교재를 꺼내 펼쳐보기 시작했다. 이때, 한아진은 필기를 하는 척하다 누가 봐도 할 말이 있는 얼굴로 정은지를 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정은지도 마치 무슨 죄를 지은 듯 몰래 그녀를 훔쳐보는 한아진의 시선을 느꼈지만 짐짓 모르는 척 최대한 무시를 하고 있었다. 이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한아진이 보낸 문자였다. [은지야. 아무리 생각해도 임지현이랑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겠어. 괜히 네 소문까지 안 좋아질까 봐 걱정돼.] 문자를 확인한 정은지가 피식 웃었다. ‘하여간 가식적이야. 쟤는 저렇게 사는 게 피곤하지도 않나?’ 이에 정은지는 문자를 아예 삭제하고 다시 공부에 열중했다. 문자를 분명 확인하고도 읽씹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한아진의 표정이 징그럽게 일그러졌다. ... 오전 11시쯤, 오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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