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권 대감 댁도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치정에 미친 사내 권경현은 이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울부짖으며 미쳐 날뛰었다.
하지만 호랑이 같은 그의 부인은 채찍으로 매질을 퍼부은 뒤 약을 먹이고 며칠간 꼼짝 못 하게 하여 얼굴이 핼쑥해질 지경으로 만들었다. 거의 목숨이 오락가락할 지경에 이른 권경현이었지만 도움을 청할 곳도 없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어깨를 끌어안고 흐느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유수연이 권경현의 세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당당하게 내세운 명분 때문이었다.
“서방님께서는 바깥 계집에 정신이 팔려 아직 저에게 후사를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둘째네 대가 끊기는 것을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명분 앞에서는 약을 먹이는 것은 물론이요, 대들보에 매달아 놓고 매질을 해도 권경현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권 영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었으니까.
만약 그 흉악한 계집이 옆에서 또 몇 마디 부추겨서 자신이 밖의 여인에게 정신이 팔려 자식을 갖지 않는다고 하면 민연아는 위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권 영감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진시연은 신이 나서 이 이야기를 전했고 우리 둘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다 공주님 덕분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딱 맞는 동서를 찾아내신 겁니까! 속이 여린 분이셨다면 이렇게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을 테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 만약 권경현이 민연아에게 계속 마음을 두고 있다면 더 통쾌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때 채령이 밖에서 알현을 청하며 들어와 아뢰었다.
“마마, 중전마마께서 궁으로 오시라 하십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으시다고 하옵니다.”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또 무슨 속셈이지?’
하지만 잠시 생각한 후 나는 궁으로 향했다.
지금은 궁 안에서 나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휘가 미쳐 날뛰는 꼴을 보면 중전도 마음이 편치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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