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나는 기껏해야 하찮은 하인 몇 명이 섞여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휘의 사람이 부 집사 자리까지 올랐다니.
소이혁이 이 일을 꼼꼼하게 조사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언젠가 내 측근까지 잠입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 얼굴빛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소이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공주마마, 심려치 마십시오. 그 하인은 이미 소신이 붙잡아 두었으니 언제든 넘겨 드릴 수 있습니다. 그자가 자백한 자들의 명단도 이미 적어 두었습니다. 확인해 보시옵소서.”
그는 종이 한 장을 꺼내 공손하게 일어나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내게 건넸다.
몸가짐이 매우 우아하고 점잖아 보기 좋았다.
나는 종이를 받아 펼쳐 보았다.
처음 든 생각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다음 생각은 그의 글씨는 너무 멋있었다.
수많은 상소문과 초대장, 서신을 보아 왔지만 내 눈을 이렇게 사로잡는 글씨는 송유빈의 글씨와 그의 글씨뿐이었다.
다만 송유빈의 글씨는 호방하고 자유분방한 반면 소이혁의 글씨는 맑고 단정하며 빼어났다.
비록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 다 완벽한 경지에 이르러 대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나는 한참 동안 이름들을 훑어보다가 종이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 하인은 넘겨받지 않아도 됩니다. 이 일은 소 도련님에게 맡길 테니 숨어 있는 모든 불순한 무리를 뿌리 뽑도록 하세요.”
소이혁의 눈이 반짝였지만 그의 태도는 여전히 신중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그럼 제가 공주궁 집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임시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임시가 아니라 앞으로 공주궁의 모든 인사 관리는 소 도련님이 맡도록 하십시오. 나는 이런 일에는 재주가 없고 오직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만 알 뿐입니다. 그리고 제 곁에는 믿음직한 사람도 거의 없으니 소 도련님께서 더욱 마음 써 주세요. 보답은 후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소이혁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공주마마께서 이렇게 저를 신뢰해 주시니 제가 어찌 최선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괜찮으시다면 제게 사승 자리를 주십시오. 그래야 앞으로 공주마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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