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이휘가 미쳐 날뛴다 한들 길어야 잠시 금족령이 내려지는 정도일 터,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연아는 달랐다.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하는 본디 자신을 탐탁지 않아 했고 다만 중전 모자의 체면을 생각해 가만두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계속하여 추문을 일으킨 마당에 이 시점에서 또다시 불을 지른다면 이번에는 정말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집을 부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울먹이며 체념한 듯한 태도로 이휘를 용서하겠노라 말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그녀는 그저 어영부영 몸을 허락할 수는 없으니 반드시 명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휘는 기쁨에 들떠 벌떡 일어서며 맹세했다.
“좋다, 연아야! 내가 반드시 너에게 신분을 줄 것이다. 세상이 부러워할 만큼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해 주마!”
그 뒤의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고 현재까지 심어 둔 눈과 귀를 통해 전해진 것은 여기까지였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고 더 많은 사람을 키워야 했다. 가능하다면 동궁의 의논이 이루어지는 서재까지 파고들어야 했다.
이휘와 그를 보좌하는 자들이 어떠한 논의를 하는지, 단순한 후궁의 추문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진시연은 입을 딱 벌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 저 여인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여인의 본래 목적은 세자빈, 나아가 훗날의 중전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이리도 마음이 들쑥날쑥하여 다른 사내들까지 놓지 못하는 것이이에요?”
나는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탐욕스럽기 때문이지요.”
“중전의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권세와 이득을 탐하면서도 여러 사내들에게 받는 사랑과 동경도 놓을 수 없으니 이해할 수 없는 짓을 그리도 서슴지 않는 것입니다.”
진시연은 혀를 찼다.
“참 희한한 일이네요. 누가 봐도 민연아가 어떤 부류인지 뻔히 알 텐데 어찌하여 그 두 사내는 여전히 미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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