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저는 그저 안씨 가문이 무엇을 해서는 안 되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경고했을 뿐입니다. 다음에 또 선을 넘으면 그땐 장기 하나만 망가지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반드시 후회하게 할 방도는 제가 많습니다.”
그 마지막 말을 할 때, 송유빈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어느새 깊고 어두운 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는 듯 벗어날 틈조차 주지 않는 어둠이었다.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고 채령이 숙취에 좋은 차를 들고 들어올 때까지, 그 미묘한 분위기는 깨지지 않고 있었다.
채령이 들어오고 나서야 무겁게 고인 공기가 천천히 순환되기 시작하였고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저를 위하여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주저 마시고 언제든 저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술기운이 남아 계시니 오래 붙잡지 않겠습니다. 이만 돌아가 편히 쉬시고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송유빈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술 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은 대담한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저의 부탁이 만약 불쾌하셨다면 술김에 드린 말이라 여겨주시고 잊어주셔도 좋습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조용히 물었다.
“무슨 부탁인가요?”
송유빈은 내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또렷이 말하였다.
“저와 공주마마는 이웃으로 살고 있사오나 왕래할 때마다 멀리 돌아와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마침 정원끼리 맞닿아 있으니 담장을 허물고 작은 통로를 하나 낸다면 서로 오가기에 편리할 듯합니다. 공주마마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나는 잠시 침묵한 채 생각에 잠겼고 송유빈은 조급한 기색 없이 내 대답을 묵묵히 기다렸다.
잠시 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러시지요. 그렇게 하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저 길 하나를 내는 일일 뿐, 필요하다면 언제든 막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송유빈은 내에게 가장 믿음직하며 충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송유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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