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나는 오성주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관표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내가 그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 되었으니 그에게는 더없이 큰 의미였을 것이다.
셋째 왕자의 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능히 뛰어난 점이 있을 것이다.
허나 세상에는 인재가 너무도 많아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한들 무리 속에 섞이면 그저 평범한 자로 보이기 쉽다.
오성주 또한 이헌 곁에 있을 때에는 그저 그 중 하나일 뿐이었고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의 곁에 남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가 경거망동하지만 않는다면 유능한 자들이 아무리 줄줄이 나타난다 하여도 나의 첫 번째 신임을 얻은 자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연이 들뜬 얼굴로 뛰어 들어와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
“공주마마! 권경현이 구타를 당해 적어도 한 달은 침상에서 꼼짝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들고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진시연이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알고 보니 권경현은 민연아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자기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는 훗날 민연아의 명성이 높아지면 시를 팔고 이휘가 약속한 보상으로 손해를 만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은밀히 그의 길을 막았기에 그 명성은 쉽사리 얻어지지 않았고 투자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나세령과 그녀의 시회를 성대히 치르기 위하여 권경현은 권 대감 댁의 공금을 몰래 빼돌렸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권경현은 훗날 조용히 되돌려 놓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의 형 권승엽이 나의 경고를 듣고 태도를 바꾸어 은밀히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횡령이 드러났고 그와 함께 장부를 조작한 노련한 관리는 옥에 갇혔다.
관련된 다른 이들 또한 권승엽이 남몰래 처리하거나 매수하였다.
권승엽은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넣고 모든 일을 권세진에게 고하였다.
그리고 아버지께 자신이 고한 사실만은 숨겨 주시라며 간절히 부탁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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