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송유빈은 진지하게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렇군요.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공주마마께서 직접 말해주시니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나는 그를 힐끔 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런 같잖은 원수까지 용서할 정도로 한심한 인간이라면 절 따르지 마시고 차라리 검으로 저를 찔러 죽이십시오. 쓸데없이 밥만 축낼 사람이니 말입니다.”
송유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공주마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제가 어찌 감히 공주마마께 손을 쓰겠습니까? 만약 공주마마께서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바뀌신다고 한다면...”
그는 화려하면서도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더는 옆에서 손 놓고 지켜보지 않을 겁니다. 공주마마께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제가 직접 나서서 후환을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송유빈과 알고 지낸 지 꽤 되었지만 나는 이제야 비로소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 그의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충직하고 재미있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편히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내가 알던 그의 모습이 가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부분이 조금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조금 전 잠깐 드러났던 그 섬뜩한 위압감이야말로 가면 뒤 그의 숨겨진 본모습일 것이다.
내가 조금 눈에 띄게 당황했는지 송유빈이 질문을 했다.
“공주마마, 두려우십니까?”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니요. 영의정 대감은 제 편이니 오히려 무자비할수록 좋습니다. 영의정 대감이 제 적이었다면 전 도망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요.”
다행히 송유빈은 적이 아니었다. 만약 적이었다면 상당히 골치 아팠을 것이다. 그에게 나를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닐 테니 말이다.
물론 그가 적이라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적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는 그를 의심할 힘이 없으니 말이다.
송유빈은 웃었다.
“역시 공주마마는 아주 대범하시군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화제를 권경현에게로 옮겼다.
송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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