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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애초에 이 연극은 이쯤에서 깔끔히 마무리될 줄 알았다. 헌데 뜻밖에도, 송유빈이 권경현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오늘 권 도령께서 물의를 일으켜 주시지 않았다면, 공주마마를 다시 뵐 구실이 마땅치 않았을 터. 훗날 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세 사람의 얼굴빛은 '참으로 볼만하게' 일그러졌다. 그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뒤,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예전부터 영의정 대감이 온화하고 품격 있는 분이라 들었는데, 이렇게 사람 속을 뒤집는 데 능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송유빈 역시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공주마마께서 웃으시니 다행입니다. 사실 사람을 가려 대하는 것뿐이옵니다. 예를 갖출 만한 자에게나 예를 갖추는 것이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적으로 그의 말에 동의했다. 작별을 앞두고 나는 그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오늘 일,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속이 다 후련합니다.” 그러자 송유빈은 웃음을 거두고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공주마마께서 감사를 표하실 일은 아니옵니다. 사실은... 제게도 사사로운 뜻이 있었사옵니다.” 내가 조용히 묻자,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세자 저하는 덕도 없고 능력도 없으십니다. 조정엔 이미 곪은 물이 흐르고 있어, 언제 어떻게 뒤집힐지 알 수 없는 형국이지요. 내각의 수장으로서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부디 공주마마께서 저를 믿고, 저를 같은 편이라 여겨 주시길 바랍니다. 훗날 서로 기대어 설 수 있도록...” 나는 당황한 듯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대감께서 절 놀리시는 것입니까? 내각을 쥐고 흔드시는 분이 어찌 아무 힘도 없는 공주의 비호를 바라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대감의 그늘에 몸을 숨겨야 마땅할 터입니다.” 그러자 송유빈은 내 눈을 조용히 응시하며 단호히 말했다. “실권이 없으면 가지시면 됩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사옵니다.” 그 말에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나는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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