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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헌은 군더더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연우야, 날 찾아온 게 혹시 세자를 무너뜨릴 계획 때문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라버니께서 저와 손을 잡아주실 수 있으신지요?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남매라 하나, 저는 세자 저하의 행실을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이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탄신연 날 있었던 일만 봐도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뻔하더구나. 세자가 사리 분별도 하지 못하고 왕실의 공주인 연우 너를 외인의 손에 넘겼다고 들었다. 나였다면, 이렇게 귀하고 착한 누이가 있었다면 목숨 걸고 지켰을 것이다. 아무리 세자 자리가 중요해도, 네가 모욕당하게 두진 않았겠지.” 나는 피식 웃었다. “귀하고 착하다뇨. 세상 사람들은 절 미친 공주라 손가락질하는걸요.” 이헌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연우야, 우린 함께 자라지 않았느냐. 네가 어떤 아이인지, 내가 모를 리 있겠느냐. 내 어미는 궁녀 출신이라, 나 역시 늘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지. 그때 다른 아이들은 날 기피했지만, 연우 너만은 다르더구나. 날 오라버니라 부르며 다정히 대해줬지. 나는 그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의 말에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였지만, 그의 말에선 이휘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그것이 설령 동맹을 위한 수작이라 하더라도 이휘에게서 들었던 말들보다 천배 나았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정중히 말했다. “오라버니께서 저와 손을 잡아주신다면, 저는 앞으로 오직 오라버니만을 제 오라버니라 부르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오라버니께서 왕위에 오르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헌은 실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물었다. “나는 널 믿는다. 하지만 세자는 네 친 오라버니다. 혹여 훗날 마음이 흔들린다면 어쩌겠느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미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걸었습니다. 이휘와 저 사이에는 이제 어떤 정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헌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말만으론 부족하니, 나도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구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확신이라니요?”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곁에 있는 이들 중, 연우 너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는 이가 있더구나. 연우 네가 그에게 시집을 간다면 우리는 진정 한배를 탄 사이가 되겠지.”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저를... 그것도 오래도록요?” 궁에서 자란 나로선 바깥 남자라곤 권경현이 유일했다.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나를?’ 이헌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인품도 출중하고, 훤칠하고 잘생겼어. 세상 여인들이 다 탐낼 인물이야. 권경현 같은 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너도 만나 보면 분명 마음에 들 거다.” 그 말에 순간 스쳐 지나간 얼굴 하나가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그 사람일 리 없어. 그런 이가 나를? 그럴 리가!’ 나는 권경현에게 철저히 배신당한 뒤로 누군가를 마음에 두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혼인 자체가 두려웠지만 이헌과의 동맹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부드럽게 말했다. “혼사는 중대한 일이니, 일단 그분을 직접 뵙고 천천히 알아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사옵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그때 다시 말씀을 드려도 괜찮겠지요?” 이헌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거라. 시간이 지나면 너 또한 분명 그에게 마음을 줄 것이다. 세상에 그런 사내는 드물거든.” 나는 웃음을 삼키며 속으로 중얼댔다. ‘도대체 누구길래 오라버니께서 이토록 자신만만하지? 이 정도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이라 해도 믿겠네.’ 그날 우리는 몇 가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협의했고,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조심스레 찻집을 빠져나왔다.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궁녀가 다급히 다가와 서찰 하나를 내밀었다. “공주마마, 영의정 대감께서 사람을 보내 전하신 것이옵니다.” ‘영의정이? 나에게 무슨 용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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