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안희연은 느리지만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말속의 글자마다 강당에 있는 모두의 심장에 그대로 박히는 듯했다.
법학과 학생 중 누군가가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명주의 논문을 검색해 확인해보고 안희연이 지적한 내용은 단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명주 선배 논문에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전혀 안 쓰였어. 이건 아무리 해도 헷갈렸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잖아?”
“다섯 편의 논문 어디에도 사법 정의나 형사 소송 개혁에 관한 내용은 없어! 이 두 가지는 특징이 너무 뚜렷해서 헷갈릴 수도 없는 거고.”
“설마... 저 논문들이 명주 선배가 직접 쓴 게 아니란 말이야?”
“명주 선배 집안이 꽤 부자라고 들었는데 돈을 주고 논문을 사는 것도 가능한 일이야.”
“논문도 직접 안 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바로 박사 과정을 밟아가?”
...
점점 더 많은 학생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단상 위에 서 있던 명주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녀는 뭐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안희연을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안희연... 이 싹수없는 년, 감히 날 함정에 빠뜨리다니!’
안희연은 마이크를 잡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명주 학우님, 당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논문들의 출처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아요! 해명하세요!”
“저런 사람이 박사 과정을 밟는다에 간다고 하면 여기 앉아 있는 우리는 뭐가 되는 거야? 우리가 광대야?”
“불공평해! 이건 불공평하다고!”
...
학생들은 분노를 터뜨렸고 몇몇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학교 관계자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중 한 명은 안희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화를 냈다.
“안희연 학생, 지금 학생들을 선동해서 난동이라도 부리려는 겁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고 명주 학생을 추천한 학교의 유명한 졸업생까지 계십니다. 그런데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까?”
‘유명한 졸업생’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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