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나?”
어떠한 생각에 잠긴 안수지는 정신을 차리고 안희연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난 네가 괜찮으면 됐어. 그냥 사고일 수도 있잖아. 누가 어쩌다 땅콩을 섞었는지 모르지만 무사하면 된 거 아니겠어?”
그 말은 진실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래?”
안희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수지는 안희연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조금도 찔리는 게 없는 표정으로 차분히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안희연은 좀 쉬어야 한다는 핑계로 일행을 내쫓았다.
그래도 이틀 정도는 입원해서 상태를 지켜봐야 했다.
“안 바빠?”
안희연은 소파에 앉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현준은 마지막 중요한 메시지에 답장을 마친 후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놓고 안희연에게 다가가 막 수액을 다 맞은 그녀의 손을 어루만졌다.
“왜 날 만지는 거야?”
안희연은 이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이 좀 차네. 간호사한테 핫팩 가져다 달라고 할까?”
“됐어.”
‘지금 여름이거든?’
“현준 씨는 일하러 가. 할머니한테 미안하다는 말 전해주고.”
안희연이 그를 내쫓았다.
그래도 할머니를 걱정하게 만든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고현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 바빠.”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시간을 보며 안희연에게 물었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
계속 이곳에 남아있을 생각인 것 같았다.
안희연이 창밖을 계속 돌아보자 고현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뭘 보고 있냐고 물었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뜬 건 아닌지 보려고.”
고현준이 혀를 차며 몸을 숙여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움켜잡았다.
“몽실아, 왜 그렇게 비꼬는 거야?”
입술이 툭 튀어나온 안희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냈다.
“흥 뜨!”
‘손 떼!’
고현준이 근처 한식집에 연락해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자 30분 만에 저녁 식사가 배달됐다.
일곱 가지 음식에 국물 요리 하나였는데 모든 음식이 딱 2인분으로 정갈하게 만들었다.
안희연은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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