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전화기 너머 안수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고현준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안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쉬고 있어.”
이윽고 그가 짧게 대꾸하며 전화를 끊었다.
안희연이 그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전혀 불안하거나 찔리는 기색이 없었다.
“내가 안수지한테 가서 당신이 거짓말했다는 걸 말할까 봐 걱정되지도 않아?”
안희연은 궁금했다.
그녀는 고현준을 협박하듯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떻게 말할 건데?”
고현준이 무심하게 묻자 안희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당장 문을 열고 가서 말해야지. 어머, 나 사실 안 자고 있었어. 쉬고 있지도 않았어. 고현준이 거짓말한 거야. 그러면 안수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말하며 안희연은 더더욱 장난기가 다분한 표정을 지었고, 고현준의 눈가에 미소가 번지며 어린아이 가르치듯 말했다.
“몽실아, 그런 얄팍한 수작은 통하지 않아. 걔는 너보다 더 침착하니까.”
안희연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금세 흥미를 잃었다.
고현준 말이 맞다. 안수지에게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말했는데도 그녀는 소란을 피우지 않고 침착하게 협상에 임했다.
“무슨 매부가 혈육이 나보다 언니를 더 잘 아네.”
안희연은 비아냥거리다가 그가 말하기도 전에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줄곧 그녀에게 집중하고 있던 고현준이 서둘러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화장실 가려고? 내가 데려다줄게.”
말하며 남자의 팔이 어느새 무릎 아래로 들어왔다. 그녀를 안고 화장실에 데려갈 생각인 것 같다.
“아니, 안 가!”
누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안희연이 똑바로 앉아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밖에서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병동 문이 열리자마자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표정을 바꾸며 웃음을 지었다.
안수지만 빼고.
분명 조금 전 고현준은 안희연이 아직 쉬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 보니 안희연은 쉬는 게 아니었고, 고현준이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
안수지의 마음속 위기감은 점점 더 커졌고 이따금 수시로 고현준을 쳐다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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