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무슨 말이야?”
안희연이 묻자 고현준은 대답 대신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평소 거침없던 움직임도 훨씬 느려졌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훨씬 부드럽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고현준은 물컵을 옆에 내려놓고 안희연 앞에 섰다.
안희연의 머릿속에는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격정적인 키스와 뜨거웠던 손, 모든 촉감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고개를 들어 당당하게 남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아직도 아파?”
고현준은 안희연의 손을 들어 상처 부위를 확인했다.
“어젯밤에 봤잖아.”
안희연은 그의 손길이 닿는 게 싫어 팔을 뒤로 뺐다.
“당신 때문에 다친 상처에 관심이 많네?”
고현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봤다고?”
“어젯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 안 나?”
안희연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고현준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신분과 지위를 놓고 봤을 때 술자리에서 가볍게 한 모금 마시면 그만이라 아무도 감히 술을 권하지 않았다.
고현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안희연을 쳐다보자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어젯밤에 나한테 찾아와서 오늘 이혼에 관해 얘기하자고 했는데 기억 안 나?”
고현준은 피식 웃으며 고양이를 들어 올리듯 순식간에 손을 뻗어 안희연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몽실아, 난 술에 취한 거지 바보가 된 건 아니야.”
“기억하면서 왜 말을 안 해.”
안희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남자의 대담한 손길을 뿌리쳤다. 마음이 혼란스러워 짜증이 났다.
이혼까지 제기한 마당에 왜 고현준은 그녀에게 이토록 친밀한 스킨쉽을 거침없이 하는 걸까.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혼 얘기 안 했어?”
안희연은 고현준과 오랫동안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 바로 본론을 꺼냈다.
“할머니께서 오늘 연락이 오셔서 다음 주 생일 잔치에 오라고 하셨어.”
“응.”
고현준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놀라지 않았다.
응?
그냥 응?
“응이라고 하는 건 무슨 뜻이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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