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명주 씨는 집안 어른들이 예의범절도 안 가르쳤어요?”
안희연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짧은 1년 사이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은 나미래의 아픔을 그녀조차 건드리지 못하는데 명주가 악의적으로 쏘아붙이자 안희연은 가차 없이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얼떨결에 맞아서 놀란 명주는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니, 한 손으로 안희연을 가리키며 입술을 덜덜 떨었다.
“안, 안희연! 어떻게 감히 날 때려? 네가 뭔데 날 때려!”
안준택은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어루만졌다. 작은 누나가 독하고 무섭긴 해도 그에겐 제법 잘해주는 것 같았다.
적어도 저렇게 뺨을 때린 적은 없으니까.
안수지는 마침내 분풀이할 상대를 찾은 듯 신나는 마음에 얼른 다가가 안희연을 뒤로 보내며 명주에게 사과했다.
“명주 씨, 우리 희연이가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세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나미래 씨 대신 화내는 거예요. 먼저 때린 건 잘못했으니까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일 크게 벌여서 좋을 것 없잖아요. 안 그래요?”
동생을 지키는 대범한 언니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안희연과 눈이 마주친 나미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네 언니 대단하다. 몇 마디 말로 너랑 내 잘못으로 몰아가네. 좋은 이미지는 본인이 다 챙기고.’
어렸을 때부터 안수지가 지겹도록 이런 수작을 부렸기에 그때는 멍청하게 자신을 지켜줄 거라 생각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안수지의 말에 배짱이 생긴 명주가 손을 들어 안희연의 뺨을 떄리려 했다.
하지만 나미래가 안희연보다 먼저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명주 씨, 오늘 밤 제대로 맞고 싶나 봐요?”
거의 동시에 부드럽지만 차가운 남자의 질책이 들렸다.
“명주!”
어느새 다가온 고현준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왠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졌다.
명주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며 흐느끼다가 안희연에게 삿대질하며 고현준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삼촌, 저 여자가 날 때렸어요! 안희연이 먼저 날 때렸다고요!”
고현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차분하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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