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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고현준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억누르려는 듯 급격히 차가워졌다.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 사람들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안희연은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피식 웃었다. “왜요, 대표님은 직원이 치료받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시나요? 아니면 아내가 병원에 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 건가?” 고현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가 다친 것을 생각해 얼른 감정을 억눌렀다. “안희연, 내가 제일 좋은 의사한테 데려다줄게.” 고현준은 다소 불안한 마음에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가.” 안희연은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물러났다. “고현준, 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안수지를 선택한 순간부터 난 다시는 당신이랑 같이 안 가.” 그녀를 나 몰라라 한 채 안수지를 챙기는 그와 이혼하길 결심한 것처럼. 극도로 실망한 안희연의 표정이 고현준의 두 눈에 고스란히 담겨 심장이 괴로울 정도로 답답했다. 고현준은 해명하고 싶었다. 조금 전 하필 안희연이 시야에 보이지 않아 안수지를 보호한 것이고 만약 보였다면...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 안희연의 화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펄펄 끓는 수프도 아니었고 제때 얼음찜질을 했지만 물집이 잡혀 의사가 터뜨린 후 약을 발라주고 일주일 뒤 붕대를 풀라고 했다. 민도현은 평소 활기차던 모습과는 달리 유난히 침울해 보였다. “선배, 죄송해요. 일부러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와 고현준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괜히 선배까지 끌어들여서 미안해요.” 안희연은 두 사람이 곧 이혼할 상황에서 굳이 사람들에게 부부 관계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민도현은 마지못해 웃으며 안희연을 안쓰러운 듯 바라봤다. “희연아, 그런 말 하지 마. 섣불리 행동했던 내 탓이지.” 민도현은 안희연을 지그시 바라보며 몇번의 망설임 끝에 물었다. “희연아, 너... 괜찮아?” “네?” 정신을 차린 안희연은 민도현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걱정해 주자 문득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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