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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절대 그럴 리가... 안희연은 제멋대로에 거만해서 고현준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싫어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 3년 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많았으니 고현준이 갑자기 안희연을 좋아하게 될 리가 없었다. 안수지의 마음속에 경종이 울렸다. 발목의 염좌가 더 아파진 것 같았다. 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 " “근데 너 희연이랑 이혼하기로 하지 않았어?” “누가 그래?” 그녀를 쳐다보는 고현준의 눈빛은 차가웠다. “희, 희연이한테 들었어. 그리고 오늘 희연이가 네 변호사한테 연락하라고 했잖아?” 안수지는 고현준의 눈에 비친 극도의 불쾌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안희연의 험담을 했다. “희연이는 정말 어린애 같아. 감정 기복도 심하고. 중학교 때는 이 남자 저 남자한테 쪽지 보내고 다녔다니까. 물론 다 지난 일이지만.” 안수지는 답을 듣고 싶어 안달이 났다. “현준아, 그럼 넌 지금 희연이랑...” “안 해.” 고현준은 일어서서 나갈 채비를 했다. “이혼할 생각 없어. 푹 쉬어.” 안수지는 넋이 나간 채 병상에 누워 남자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외부에선 모두 고현준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고현준의 입에서 확실한 답을 듣지 못했다. ... 주성빈은 병원 건물 앞에서 고현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현준은 차에 타자마자 물었다. “희연이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했잖아?” 주성빈: “그게. 사모님은 리버 별장에는 더 이상 안 산다고 하시면서 자기 아파트로 가셨습니다.” “봤을 때 화나 보였어?” “네, 꽤 화나신 것 같았습니다.” “내가 수지랑 같이 있어서?” 고현준은 안희연이 내뱉었던 '역겹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주성빈은 고개를 저었다. “사모님은 제가 차를 가로막아서 화나셨던 것 같습니다.” 고현준: “...” 주성빈은 속으로 덧붙였다. ‘사모님은 대표님을 버릴 거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는 목숨이 아까워서 말하지 않았다. 만약 그에게 죄가 있다면 차라리 그의 상여금을 삭감하는 쪽이 나을 것이다. 대표님과 사모님의 집안일에 끼어드는 건 정말 수명이 감수하는 일이었다. “대표님, 이사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돌아가시겠습니까?” 주성빈이 시계를 보니 이미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어떤 급한 일이 생겼길래 대표님께서 이사회 중에 자리를 비웠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이사회는 분명 대표님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었다. “어.” 고현준은 짧게 대답한 뒤 다시 지시했다. “이전에 안씨 가문에 주려던 해운 계약, 철회해.” “철회요?” 주성빈은 놀랐다. “알겠습니다.” 그 계약은 기본적으로 고현준이 장인 안영해에게 갖다 바치는 것과 다름없었는데 지금 철회하라고 한다니... 안씨 가문은 또 언제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대표님,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주성빈은 마이바흐를 움직이며 말했다. “사모님이 금강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금강이 저희의 태광 합병 건을 따내서 다음 주에 실사랑 인터뷰하러 회사에 온다고 합니다.” 금강 로펌은 국내 최고 로펌 중 하나로, 탑 변호사들의 요람 중 하나로 불렸다. “인턴도 오나?” 고현준이 무심히 물었다. 주성빈은 비서 실장으로 집행 권한은 부문 총감독과 동급이며 고위 간부에 속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인수합병 건의 외부 법률 자문팀에 인턴이 있는지 여부를 알겠는가. 그러나 대표님 측근의 총애를 받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 추측 능력은 있었다. 주성빈은 정색하며 거짓말을 했다. “이번 인수합병 건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인턴을 배정할 것입니다.” 고현준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카톡을 열어 안준택에게 7자리 수의 돈을 보냈다. 인터넷 중독 소년은 바로 받았다. [매형의 용돈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정보 알려드릴게요!] 고현준에게 전화를 걸어 안씨 가문으로 오라고 한 사람은 안수지가 아니라 안준택이었다. 안준택이 한 말은 이러했다. [매형, 희연이 누나 지금 우리 집에서 완전 괴롭힘 당하고 있어요!] ... 안희연은 갑자기 태광 인수합병 프로젝트팀에 합류하게 되어 어리둥절했다. 태광 인수합병은 로펌에서 지난 1년 동안 수주한 가장 큰 프로젝트였고 파트너 변호사들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프로젝트팀 구성원을 신중하게 선발했으며 일주일 전에 이미 확정하고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요즘 애들은 조금 예쁘장하면 꼼수를 부리네. 인턴이 감히 이런 프로젝트에 들어와?” 고객 회사로 가는 길에 프로젝트 매니저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손형복은 30대 초반의 깐깐한 남자로 매일 정장에 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모습이었다. 안희연은 창밖을 보며 못 들은 척했다. 그녀의 학교, 학점, 경력은 같은 기수 인턴들 중 가장 뛰어났기에 그녀가 프로젝트팀에 합류한 것은 대표 변호사가 직접 결정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부끄러움 없이 당당했다. 프로젝트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쌓는 게 가장 중요했다. 안희연은 이전에 프로젝트팀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고객과 내용을 알지 못했다. 회사 차량이 익숙한 고성 그룹 본사 건물 앞에 멈추자 안희연은 갑자기 생각났다. 예전에 우연히 고현준이 업무 전화에서 고성 그룹이 태광을 흡수합병할 계획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의뢰인은 고성 그룹이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고현준을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희연 씨, 왜 멍하니 있어? 대기업 본사에 처음 와 본 것처럼 행동하지 마. 로펌의 전문적인 이미지를 훼손하잖아!” 손형복은 이 인턴을 보면 화가 치밀었다. “죄송합니다.” 안희연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괜히 시비 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성 그룹은 워낙 크고 고현준은 바쁜 사람이니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임원들조차 고현준의 아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람은 바로 2분 전만 해도 절대 마주칠 리 없다고 생각했던 고현준이었다. 남자는 오늘 회색 수제 정장에 짙은 파란색 넥타이를 맸는데 그것은 그녀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그에게 선물했던 것이었다. “대표님, 이분들은 금강 로펌의 프로젝트팀원들입니다. 오늘부터 우리 회사에 상주하실 예정입니다.” 로펌 팀을 안내하는 고성 그룹 직원이 양측을 소개했다. “손 변호사님, 이분은 저희 고 대표님입니다.” 손형복은 헤벌쭉 웃으며 고현준에게 아부 떨듯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고현준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 뒤에 있는 안희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고현준은 안희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옥처럼 흰 피부에, 눈에 거슬리던 손자국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안희연은 딴 곳을 보며 세상 물정 모르는 듯 대표님과 눈도 못 마주치는 척했다. “고 대표님, 이건 우리 팀 신입 안희연입니다.” 손형복은 안희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눈짓했다. “희연 씨, 고 대표님께 인사드려야지?” “...” 주성빈은 손 변호사가 사모님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말로 하면 될 걸 왜 옷을 잡아당기는 거야?’ 주성빈은 저도 모르게 대표님 눈치를 봤는데 역시나 대표님의 눈빛이 더 차가워져 있었다. 안희연은 마지못해 고현준을 쳐다봤다. 눈빛은 차분했지만 ‘뭘 봐’라는 글이 얼굴에 쓰여 있는 듯했다. 그런데 남자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안희연은 곧바로 그의 속뜻을 파악했다. ‘당신 변호사가 연락하기 전까지는 만날 필요 없다고 누가 말했지?' 안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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