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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너, 너, 너 당장 멈춰."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동그랗게 뜬 노부인은 이제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고하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골프채를 높이 들어 별로 힘들이지도 않은 듯 가볍게 꽃병 위로 내리쳤다.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꽃병이 산산히 부서졌다. 이 꽃병은 골동품이라 몇 천만 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노부인은 충격에 몸을 휘청이며 일어서려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당장이라도 실신할 것 같았지만 감히 정신줄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고하진은 웃으면서 골프채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값진 물건만 보면 깨부쉈다. 어느 물건이 값지고 어느 물건이 싸구려인지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값진 물건만 깨부쉈다.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까워 어쩔 줄 모르는 노부인의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시골 출신인 고하진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했고 연씨네 가문의 딸고 결혼한 후에 사업 규모를 점차 확장해 나갔다. 노부인도 원래는 가난하게 살았었기에 각박하고 인색한 사람이었다. 비록 십여년간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이게 다 돈인데 어떻게 마음 아프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너 대체 뭐 하려는 거야!" 노부인은 가슴을 부여잡고 당장이라도 실신할 듯해 보였다. 정말 마음 아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 제가 좀 전에 똑똑히 얘기했잖아요. 저는 오늘 우리 엄마의 물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져갈 거예요." "당신들이 급하지 않으면 나도 안 급해요. 지금 깨부수는 게 너무 재미 있거든요." 고하진은 깨부수는 것이 너무나 통괘했다. 그녀가 깨부순 물건들은 7년 사이에 새롭게 추가한 것들이었고 그녀의 물건도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마음이 아파해도 그녀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고하진은 충동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안 그랬으면 7년 전에 아마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의미 없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나아가면 세 걸음을 내다보곤 했었다. 고정국이 오늘 그녀를 불러 함정에 빠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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