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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진우남은 잠시 넋을 잃긴 했으나 운전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호텔의 회원인 신분으로 인해 출입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사람들이 흩어지자마자 자동차는 밖으로 신속히 빠져나갔다. 다들 정신을 차리고 나자 연기가 나고 있는 수류탄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자동차는 그림자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서장님, 그 차를 막지 못했어요.” “뭐라고? 못 잡았다고?” 서지민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마침 그의 옆에 있던 경도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여자가 수류탄을 하나 던졌어요.” “수류탄이라니? 그 여자한테 어떻게 수류탄이 있을 수가 있어? 다치지는 않았어?” 안색이 흐려진 서지민은 목소리마저 변해갔다. 형이 잡으려는 사람이 대체 누구길래 수류탄을 가지고 있는 거지? 경도준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 여우가 그 파티장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도구를 챙긴 거야? 아주 손에 잡히는 대로 이용하고 있네! “그게 아니라...”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수류탄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가짜예요.” “제정신이야! 가짜 수류탄 하나에 속았단 말이야?” 서지민은 욕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수류탄에서 연기가 나고 있기도 하고 하도 패기가 넘치게 엄포를 내리길래...” 욕을 먹고 있는 사람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 출구로 도망갔는데?” 서지민은 그 남자의 불평을 가로챘다. “서쪽에 있는 출구로요.” 서지민은 즉시 통화를 끊어버렸다. “서쪽 출구로 도망쳤대요.” 서지민은 경도준한테 시선을 돌렸다. “형, 대체 누군데 이래?” 누구냐고? 지금 아마 경도준이 그 누구보다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가 겹겹으로 방어 태세를 갖추었는데 정말로 도망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녀가 방을 나설 때의 오만함을 떠올려 보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바였다. 다만 호텔을 도망칠 수 있다고 해도 정말로 그의 손바닥에서 도망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벤틀리, 차 끝 번호가 666번이야. 지하 주차장 서쪽 출구로 도망갔어.” 경도준은 3명뿐인 카톡 채팅방에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아까 쫓아올 때 고오한하고 진구더러 호텔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모든 입구를 막아놓긴 했어도 피치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다. 경도준이 그 누구한테도 살길을 열어준 적이 없는 이력은 거짓이 아니었다. “형, 여지를 남겨둔 거야?” 서지민은 입이 떡 벌어졌다. “혹시 진구하고 고오한을 대기시킨 거야?” 진구와 고오한의 능력으로 한 사람을 잡아 오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할 테니 그 여자 혼자서 호텔을 빠져나갔다 해도 멀리 가지 못하고 곧 잡힐 것이다. “형, 어느 쪽에서 보낸 여자야? 혹시 뭐 중요한 물건 훔쳤어?” 형이 대대적으로 체포하려는 행각을 보아 서지민은 그 한 가지 가능성밖에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런 거 아니야.” 경도준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 여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절대 다른 음모를 가지고 접근한 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니라고? 그럼 왜 잡으려고 그러는데? 무슨 짓을 한 건데?” 그의 답은 서지민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도준의 싸늘한 눈짓에 하려던 말을 삼켜버린 서지민은 궁금함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형이 얘기하기 싫어하는 걸 눈치채기도 했고 형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기까지 했던 것이다. “형, 방금 조사해 봤는데 진우남의 차래. 그러니까 그녀를 데리고 도망친 사람이 진우남이야.” 서지민은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진우남에 대해서는 내가 어느 정도 요해하고 있어. 성격상 절대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도울 사람은 아니야. 내 생각엔 꽤 깊은 친분을 갖고 있거나 또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로 그 여자를 돕고 있는 것 같아.” “출구에서 사용했던 가짜 수류탄은 추 도련님의 파티장에서 챙긴 도구였고.” 3층. “도련님, 이제 어떡해요?” 혼돈스러운 광경을 보며 다들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추 도련님의 파티장에서 감히 누가 소란을 피운 거야? 추 도련님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어보더니 기쁨과 분노 그 어떠한 감정도 없어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추 도련님이 화를 내지 않고 있자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내.” 곧이어 그의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졌다. “알아내지 못하면 알지?” 여태껏 다른 사람의 연회나 파티장에서 활개 치고 다녔었는데 오늘 내가 주최한 파티장을 망쳐놔? 그것도 여자 혼자서? 파티장 안의 손님들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킬 수 있었다. 진성시에서 이 패왕을 건드린 사람의 후과는 안 봐도 뻔하다. 다른 한편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진우남은 뒤에서 따라오는 한 차량을 발견했다. 그 차량의 운전 솜씨도 놀라울 정도였다. 벌써 나를 따라잡은 거야? 대단하네. 눈 깜짝할 사이에 뒤따라오던 차는 갑자기 속도를 올려 그의 차를 추월했다. 재차 속도를 높이려던 진우남은 전방 교차로에서 차 한 대가 튀어나온 걸 발견하고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진우남은 침울해하고 있었다. 최대한 멀리 도망가겠다고 고하진하고 약속을 했었는데 100킬로도 못 도망가 잡힐 줄은 몰랐었던 것이다. 차가 멈추고 차창을 내린 진우남은 앞의 차에서 내려오는 고오한을 바라보며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가득 걸려 있었다. “이봐요. 왕년에 레이싱 좀 했나 본데 나하고 겨뤄보지 않을래요?” 고오한은 창문을 통해 차 안을 훑어보며 시선이 트렁크에 2초 정도 멈추더니 즉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차는 잡았는데 사람이 안 보여요. 운전하는 남자만 있어요. 차 시속은 대략 160이었고요. 도련님 메시지를 받고 나서 45초 뒤에 서행로에서 목표물 발견했어요. 추격 도중에는 그 누구도 차에서 내려온 사람이 없었고요.” 진우남은 얼굴빛이 확연히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호텔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이 사람들의 추격을 당한 거야?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다행히 고하진은 호텔을 내리자마자 차에서 내렸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남자의 말 속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고 그는 전화를 받고 있는 상대만 알 수 있는 말들이라 여기고 있었다. 진우남은 고하진이 걱정이 되었다. “알겠어.” 그 말을 듣고 나자 경도준은 눈을 비스듬히 뜨고 생각에 잠겼다. 고오한이 건넨 정보로 그녀가 어느 범위 내에서 차를 내린 건지 단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우남 조사해 봐. 그놈하고 알고 지내는... 여자들 위주로 말이야.” “왜? 진구하고 고오한마저 그 여자를 잡지 못한 거야?” 서지민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누구길래? 진구하고 고오한이 나섰는데 놓친 거야? 정말 도망갔어?” “도망 못 가.” 경도준은 급한 기색 하나 없이 가벼운 웃음을 내지어 보였다. 그런 그의 태도를 보며 서지민은 점점 종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대체 무슨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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