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가난한 친척이 소개했을 거야
‘수습 기간이 1년이라니? 수습 기간은 다 3개월 아니었나?’
이소희는 머리를 굴렸고 곧 생각했다.
하강우는 촌놈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채용된 것이 아니라 송 대표님의 어느 가난한 친척이 소개했을 거라고 말이다.
‘송 대표님은 저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친척의 체면을 생각해서 거절하지 않고 대신 수습 기간 1년이라는 조건을 걸었을 거야. 정직원이 될 수 없게 말이지.’
할아버지가 결정한 결혼인데, 만약 할아버지를 살리지 못했는데도 촌놈인 하강우와 1년간 혼인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면 얼마나 큰 손해인가?
장 원장과 윤재욱도 할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으니 한 번 시험하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게다가 하강우는 할아버지를 살리지 못하면 당장 떠나겠다고 했다.
“좋아.”
송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희는 감히 송아영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하강우가 나쁜 의도를 품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하강우를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당신이 첫 번째 침을 놓았는데도 회장님께서 아무 반응이 없다면 바로 멈추고 꺼져야 할 거야!”
“좋아요.”
하강우는 대답한 뒤 침을 놓았다.
그 순간 모두 놀랐다.
까만 침이 송강태의 콧방울에 꽂혔기 때문이다.
“콧방울에 혈 자리가 있을 리가 없잖아! 아주 제멋대로 꽂는구먼! 이건 시체를 모욕하는 거야!”
윤재욱이 같잖다는 표정으로 단정 지었다.
삑.
삑삑.
기계들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며 화면 위 0이었던 숫자에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아주 미약한 변화였다.
절망에 빠져 있던 송아영은 다시 희망이 생겼다.
“할아버지가 살아난 거야?”
그녀는 기대 가득한 얼굴로 하강우에게 물었다.
“네.”
“믿지 마세요. 그냥 막 찌른 거예요. 어느 한 신경을 건드려서 회장님의 몸에 일시적으로 조건 반사가 일어나서 그런 거예요. 살릴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이소희는 콧방울에 침 한 번 놓았다고 해서 송강태를 살릴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기계의 수치에 변화가 생기자 윤재욱은 깜짝 놀랐다.
그는 송강태가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절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인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죽기 직전 잠깐 상태가 좋아진 거라면 그것도 한 번뿐이지 두 번씩이나 그럴 일은 없었다.
이소희의 말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서둘러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비서님 말이 맞아요. 기계 수치에 변화가 생긴 건 이 촌놈이 침으로 마구 찔러서 송 회장님의 신경을 건드려 조건 반사가 생긴 것뿐이에요. 조건 반사가 끝난다면 수치가 다시 0으로 돌아올 거예요.”
하강우는 대꾸하지 않고 두 번째 침을 놓았다.
두 번째 침은 송강태의 눈알에 꽂혔다.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꺅,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회장님 눈알을 찌른 거야? 빌어먹을 놈, 당장 멈춰!”
이소희가 제일 처음 소리를 질렀다.
삑삑.
삑삑삑.
기계 위 수치가 다시 한번 크게 파동쳤다.
송강태의 창백하던 얼굴에 약간의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그의 손가락도 살짝 움직였다.
하강우를 막으려던 송아영은 내뱉으려던 말을 그대로 삼켰다.
윤재욱은 당황스러웠다.
그는 최고 신의였고 침술에 아주 능했다.
하강우처럼 침으로 눈알을 찌른다면 눈알이 다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송강태는 눈알을 다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몸 상태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기계 위 수치와 몸의 반응을 보니 정말 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살아난 거야?”
“네.”
하강우는 긍정했다.
이소희는 감히 말을 얹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하강우가 송강태를 살렸다는 걸 믿지 않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송강태의 몸에 변화가 생긴 것도, 기계 위 수치의 변화도 하강우가 송강태를 살렸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죽기 직전에 잠깐 상태가 좋아진 것뿐이에요.”
사실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윤재욱은 절대 믿지 않았다.
최고 신의인 그조차도 살리지 못했는데 촌놈인 하강우가 어떻게 살린단 말인가?
혹시라도 소문이 난다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송강태는 절대 살아서는 안 됐다. 송강태는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하강우는 침을 놓는 속도를 높였다.
7개의 침을 다 놓고 나자 송강태의 혈색이 많아 좋아졌고 기계 위 수치 또한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강우가 침 7개를 전부 뽑아서 상자 안에 다시 넣자 송아영은 서둘러 물었다.
“할아버지가 정말 산 거야?”
“당연하죠.”
“당연하긴 무슨. 그냥 죽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상태가 좋아진 것뿐이지. 곧 수치가 다시 0으로 돌아올 거야.”
김수호는 송강태가 살았다는 걸 믿지 않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살아났다면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겠어? 회장님은 아직 눈을 뜨지 않았어. 조금 전에 윤 선생님이 나섰을 때는 적어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는데 이 촌놈은 한참 동안 침을 놨는데도 손가락만 살짝 움직였지, 일어나 앉지도 못했잖아.”
김수호의 말을 들은 송아영은 다시 한번 걱정되었다.
그녀는 이미 한 번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었기에 또 한 번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