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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기

“하 비서님, 이런 방법은 다 제가 예전에 쓰던 방법인데 지금 저한테 이러는 겁니까?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네요.” 하강우는 안인국과 더는 말씨름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100억에 청화백자를 살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거죠?” “네, 포기하겠습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겠다는데 내버려 둬야죠, 뭐. 비서님이 대체 무슨 재주로 10억짜리 청화백자를 저한테 160억에 파는지 지켜볼 겁니다. 만약 이따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때 제가 낼 수 있는 금액은 최대 6억입니다.” 안인국이 송아영을 보며 귀띔했다. “대표님, 청화백자는 대표님 거잖아요. 하 비서님한테 처리할 권한을 주긴 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거둘 수 있어요. 대표님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하 비서님 허풍 때문에 10억이 6억이 되는 건 너무 밑지는 장사 아닌가요?” 안인국은 똑같은 방법으로 받아쳤다. 하강우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데 가만히 놔둬서야 하겠는가? 그때 기회를 포착한 이소희가 송아영에게 잘 보이려고 바로 맞장구를 쳤다. “대표님, 안 선생님 말씀이 옳아요. 이 청화백자 가격이 정말 10억밖에 안 돼요. 안 선생님이 10억에 사겠다고 할 때 팔아야죠. 저 촌놈이 함부로 나댔다가 10억이 6억이 되면 그건 그룹의 손해예요.” “권한을 하 비서한테 준 이상 다 처리하기 전까지 난 끼어들지 않을 생각이야. 한스 그룹의 규정이 바로 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상사가 도와주는 거야. 이 청화백자의 가격이 10억이라고 해도 하 비서가 100억에 팔겠다고 한 건 우리 그룹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서겠지. 안 선생님이 그때 가서 10억이 아니라 6억만 주겠다고 하면 팔지 않으면 그만이야. 10억짜리 청화백자를, 그것도 진품을 우린 절대 시장 가격보다 낮게 팔지 않아.” 송아영은 당연히 하강우의 편을 들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남편이니까. 아무리 가짜 부부라고 해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제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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