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심경준은 백아연에게 감정이 없는 것 말고 대표 부인의 체면은 충분히 줬다. 심씨 가문에서 잘 먹고 잘 자면서, 시중하는 도우미까지 있어서 부족할 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부속 카드까지 만들어줬고, 돈도 아주 넉넉하게 줬다. 비록 백아연은 3년 동안 그 카드를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그녀가 요양원에서 간병인을 하는 것보다 천배, 백배 나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마치 많은 힘듦을 겪고 학대를 받은 것처럼!’ 심경준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이 눈시울은 살짝 빨개졌고, 얼굴도 굳어졌다. “쳇, 참 고집 세기는. 네가 여기 매니저라면 나도 그냥 말할게. 오늘 이 일, 책임져. 똑같은 목걸이를 배상하거나, 아니면 손버릇 나쁜 직원을 경찰서로 데려가던가. 얼마 비싸지도 않아. 한 4억 정도? 그리고 매니저인 너도 책임을 져야지. 여기서 나한테 허리 굽혀 사과해. 돈은 상관없어. 그냥 화가 안 내려가서 그러거든.” 심윤혜는 찰랑이는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나른하게 유민서를 흘겨보았다. 심윤혜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유민서가 자기 새언니였다는 걸 말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창피하니까. 더구나 이 촌놈을 괴롭힐 기회가 눈앞까지 왔는데, 심윤혜가 놓일 리 없었다. 지난번 자선 경매 활동에서는 유 대표의 명예로 참석한 거라서 유민서가 나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호텔의 한낱 직원에 불과했다. “대표님, 사모님이 괴롭힘 당하고 있는데요?” 평소에 심윤혜를 싫어하던 한민수는 살짝 조급해졌다. “좀 더 기다려보자.” 심경준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그는 이 전처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강했다. 단 한 번도 직장에 있는 백아윤의 모습을 본 적 없었다. 그의 기억에 있는 백아연은 그저 집에 얌전히 있는 가정주부였다. 호텔은 서비스업인데, 서비스업은 쉬운 게 아니었다. 유진성이 백아연에게 매니저 자리를 줬는데, 과연 심윤혜를 처리할 능력이 있을지 궁금했다. “목걸이가 4억이라고 했죠? 충분히 신고해서 조사할 수 있는 금액이에요. 만약